지난 3월28일 폴커 페르테스 수단 주재 유엔특별대표가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수단 정부군이 지난해 말 반군부 시위 당시 여성 시위대 16명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유엔 누리집 갈무리
수단 군부가 정부군의 성폭행 실상을 고발한 인권운동가를 ‘국가 기밀 누설죄’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위협을 통한 ‘위축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19일 <알자지라>의 보도를 종합하면, 폴커 페르테스 수단 주재 유엔특별대표는 지난달 28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출석해 수단 정부군이 지난해 말 반군부 시위 당시 여성 시위대 16명을 성폭행했다고 보고했다. 페르테스 특별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지 인권단체 여성겨냥폭력철폐(CVAW)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함께 성폭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1주일 남짓 뒤 수단 보안당국은 술리마 이샤크 여성겨냥폭력철폐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샤크 대표는 유엔특별대표에게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알자지라>에 “여성 시위대 성폭행 사건은 이미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한 것은 군부가 안보리의 제재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에 걸친 민주화 시위 속에 지난 2019년 4월 독재자 오마르 바샤르를 쿠데타로 축출한 이후, 정국을 장악한 수단 군부는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과도정부를 무너뜨린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엔 감시와 탄압의 강도가 더욱 거세졌다.
<알자지라>는 현지 인권단체 활동가의 말을 따 “이샤크 대표는 성폭행이 전쟁과 탄압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며 “확인된 피해자 규모로 볼 때,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성폭행을 일종의 전술로 삼은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군부가 이샤크 대표 사건을 일종의 본보기로 만들려는 것 같다. 시민·인권단체 활동가들에게 겁을 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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