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원, 팔레스타인 어린이 공습 사건 재조사 청원 기각

2014년 7월 가자지구 공습, 팔 어린이 4명 사망
군 당국 “하마스 요원으로 오인…비극적 실수”
재판부 “군 당국 조사 결과 문제 찾을 수 없어”
인권단체 “이스라엘, 전쟁범죄 조사 능력·의지 없다”

지난 2014년 7월10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마가지 지역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현지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의 주검을 안아서 옮기고 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이스라엘 법원이 지난 2014년 7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한 재조사 청원을 기각했다.

25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전날 사건 희생자 가족들을 대신해 팔레스타인인권센터 등 3개 단체가 낸 재조사 청원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 결정문에서 해당 사건을 “비극적 실수”로 규정한 기존 이스라엘군 당국의 조사 결과에 대해 “청원인들의 주장과 달리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선 2014년 7월16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지중해변에서 9살~11살 어린이 4명이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는 모두 사촌 형제로 사건 당시 방파제 부근에서 축구를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 사건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빌미로 벌인 이스라엘의 ‘2014년 가자 전쟁’(7월7일~26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비극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다. 특히 전쟁 취재를 위해 가자지구에 들어온 외신기자 상당수가 희생자들이 사망 직전 공습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모습을 목격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이듬해 6월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고, “사고현장은 무장세력이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지역”이라며 “희생자들을 하마스 무장요원으로 오인해 공습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낸 보고서를 보면, 50여일에 걸친 당시 전쟁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어린이 551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22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1200여명이 다쳤다.

청원단체 쪽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겨냥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군 장병을 조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을 새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희생자들의 삼촌인 자카리아 바크르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스라엘이 범죄자이자 재판관 노릇까지 다했으니, 별로 놀랄만한 결정도 아니다. 국제무대에서 진상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