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8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제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계기로 얼어붙었던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29일 <알라지자>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사우디 제2도시 제다에 도착해 공식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살만 빈 압둘라지즈 국왕을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사우디 관계는 지난 2018년 10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냉각된 바 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상층의 명령에 따른 계획적 살인”이라며 살만 왕세자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삐걱대는 양국 관계 속에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키 경제에 타격이 커졌다. 실제 지난 2019년만 해도 32억달러에 이르렀던 터키의 대사우디 수출은 지난해 2억달러 수준까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있겠지만, 터키 수출업계 쪽에선 사우디의 ‘비공식 보이콧’ 탓이란 지적 나온다.
앞서 터키 법원은 지난 7일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사우디인 26명에 대한 궐석 재판을 중단하고, 사건을 사우디 쪽으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마지막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란 지적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성명을 내어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사우디로 이관하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범죄자를 처벌할 일말의 가능성마저 사라지게 된다”며 “살인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여기는 사우디 지도부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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