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11일 아흔살의 가톨릭 추기경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가 밤늦게 보석으로 풀어줬다. 바티칸 교황청과 미국 등이 우려를 표시했다.
12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전 홍콩교구 주교인 조셉 젠(90) 추기경은 전날 오후 외국 세력과 공모한 혐의로 홍콩 국가안보 경찰에 체포됐다. 젠 추기경 외에 변호사인 마가렛 응, 가수이자 활동가인 데니스 호 등 3명이 함께 체포됐다. 현지 언론은 이들이 2019년 범죄자를 중국으로 송환하는 이른바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시위대를 지원한 ‘612 인도주의 지원기금’ 활동과 관련해 체포됐다고 전했다.
젠 추기경은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홍콩교구 주교를 지내다 2006년 2월 가톨릭 추기경에 임명됐다. 1989년 천안문 사건을 비판하고 종교 자유를 주장해 왔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홍콩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간섭이 강해진 뒤에도 비판을 그치지 않았다. 2018년 바티칸과 중국이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을 맺고,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를 바티칸이 승인하자 “교황이 추악한 협의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젠 추기경과 3명의 인사는 이날 밤늦게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수사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의 여권 등을 압수했다.
젠 추기경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바티칸과 미국 등이 우려를 표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젠 추기경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계속 주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홍콩 정부는 민주파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612 기금은 2019년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송환법 시위 동안 시민들에게 법률 및 의료 지원, 심리 상담 등을 제공했다. 지난해 홍콩 경찰이 기금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는 등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그해 10월 해산했다. 이들을 체포한 국가안보 경찰은 2020년 홍콩 안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이 도입한 홍콩 보안법에 의해 구성됐다.
이번 체포는 경찰 출신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지난 8일 행정장관에 당선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으로 홍콩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이 더욱 세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존 리 당선자의 공식 임기는 7월1일 시작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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