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24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를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25일 0시부터 국가비상사태가 발효된다며 이에 따른 첫번째 조처는 25일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가 경제 위기 직전에 와 있다”며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가정의 재정 안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3일 총선 승리로 네번째 임기를 시작했는데, 지난 12년의 총리 재임 기간 동안 유럽 난민 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두번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비상사태 기간에는 총리가 기존 법률의 효력을 없애거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권한을 지니게 된다. 오르반 총리는 재임 기간 내내 꾸준히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으며,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헝가리 정부는 우크라니아 전쟁 여파 문제, 한해 9.5%에 달하는 물가 상승 문제, 재정 적자 문제 등이 주요한 국정 과제로 꼽힌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에 대한 반대 입장도 거듭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23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며 그는 이 편지에서 다음주에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30~31일로 예정된 정상회의 전까지 러시아 석유 제재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의 해결책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이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안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전체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헝가리가 계속 반대하면 제재안이 무산될 수도 있다. 헝가리는 자국 정유 시설이 러시아산 석유 처리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러시아 석유 수입을 중단하려면 단기간에 7억5천만 유로(약 1조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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