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조지워싱턴대에서 대중국 전략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관영 매체가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대중국 전략 연설에 대해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중국 영문 관영지 <글로벌타임스>는 27일 ‘블링컨, 중국정책 연설 흥미롭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 국무장관은 대중국 전략 연설에서 중국을 ‘국제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으로 묘사하면서도 새로운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좋은 말을 하면서 나쁜 행동을 하는 미국의 위선을 다시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을 지키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그의 발언을 재빨리 부인했다”며 “블링컨의 연설은 미국이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전략, 즉 한 마디 하면서 다른 것을 하는 전략을 취하기로 결정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신문은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예상대로 부드럽게 발언했다”며 “이것은 미국이 아세안 국가를 끌어들이려면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약화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블링컨의 연설은 중국을 도전으로, 미국을 억지력으로 묘사해 마치 중국이 침략자이고 미국이 방어자인 것처럼 보인다”며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냉전적 사고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것은 미국의 대외적인 행동이 세상 사람들에게 준 느낌과 일치한다”며 “흑백을 뒤집으려는 말의 함정으로, 중국 정치제도에 대한 거만함이자 중국 인민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서명 논평을 통해 “무역과 같은 일부 영역에서 경쟁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중미 관계의 전반적인 그림을 정의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을 능가하거나 대체하거나 제로섬 경쟁을 하는 것은 중국의 목표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26일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투자, 공조, 그리고 경쟁’이라는 제목으로 한 대중국 전략에 대한 연설을 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자신들의 궤도를 바꾸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그래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베이징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자발적으로 노선을 바꿀 것으로 기대할 수 없으므로 ‘전략적 환경’을 통한 억제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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