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북미 개봉한 탑건 속편 ‘탑건:매버릭’의 포스터. 톰 크루즈의 점퍼에 대만기가 그려져 있다.
미국 영화 <탑건>의 속편에 대만 국기가 등장했다. 미국 할리우드가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 눈치보기’를 멈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 대만 <자유시보> 등 보도를 보면, 지난달 27일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대만 국기가 새겨진 조종사 점퍼를 입고 영화에 등장했다. 크루즈는 1986년 개봉한 1편에서 미국 국기와 유엔(UN)기, 일본기, 대만기가 함께 그려진 점퍼를 입고 등장했는데, 속편에서도 같은 점퍼를 입고 나왔다. 크루즈는 1편에서 미 해군 함재기인 F-14 ‘톰캣’의 조종사 매버릭 대위 역을 맡았었고, 30여년 만에 제작된 속편에서는 세월이 흘러 대령 계급의 교관으로 등장했다.
앞서 2019년 공개된 탑건 속편의 예고편에는 톰 크루즈가 입은 점퍼에 대만기 대신 다른 가상의 깃발이 그려져 있었다. 지난 30여년 사이에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성장한 중국 시장을 의식해 미국 제작사가 대만기를 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탕으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에 따라 대만 국기 등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영화에 대만기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의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영화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경영진이 중국 개봉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 실적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영화계가 전체적으로 중국 눈치보기를 멈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탑건 제작진이 중국의 분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톰 크루즈의 옷에 대만 국기를 넣었다”며 “할리우드 영화사의 일부 경영진이 중국 검열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페이지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탑건에 중화민국(대만) 국기가 돌아왔다”며 현지 관객들이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1986년 탑건 1편과 2019년 공개된 탑건 속편 예고편의 톰 크루즈 점퍼 비교. 1편에서는 대만기가 있고, 속편에서는 가상의 깃발이 그려져 있다. 레딧 갈무리
이런 변화 때문인지 탑건 속편에 투자하기로 했던 중국 기업 텐센트가 투자를 철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최대 테크 기업 텐센트가 탑건 제작사 파라마운트와 2019년 7월 제휴 계약을 맺었으나 ‘친미 영화’ 지원에 나섰다는 지적을 우려해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미군을 기념하는 영화 제작에 제휴한 것에 대해 화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텐센트 경영진이 이를 고려해 2019년 말 투자를 중도 철회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도 미국을 무찌르는 영화가 흥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장진호>는 한국 전쟁 때 중국군이 미군을 곤경에 빠뜨린 장진호 전투를 담았다. 이 영화는 중국 영화 사상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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