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왼쪽)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가 9일 워싱턴 연방 의사당에서 걸어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초등학교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총기규제 입법이 또다시 무산될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은 9일(현지 시각) 전날 하원에서 통과된 총기규제법인 ‘우리 아동 보호법’이 상원에서는 통과될 전망이 사실상 없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 법안은 공격용 무기 구매 가능 연령을 18살에서 21살로 올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60표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상원 의석의 절반인 50석을 차지한 공화당 쪽에서 이 법을 지지하는 상원의원이 거의 없다. 하원에서도 이 법안은 찬성 223 대 반대 203으로 통과됐으나, 법안을 지지한 공화당 의원은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공화당의 중진인 존 커닌 상원의원은 지난 8일 이 법에 대해 “모든 곳에 난제들이 있다”고 말해, 이 법의 통과 전망이 거의 없다고 시사했다.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단체와 보수적 유권자들을 의식하는 공화당은 총기 규제가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보장한 헌법 조항과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은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기 전 “의장이 이 법안이 우리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하지만 이 법은 그렇지 않다”며 “이 법은 법을 지키는 미국 시민들에게서 나온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수정헌법 2조의 권리, 신이 부여한 권리를 앗아간다”고 비난했다.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법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나, 규제 강도를 대폭 삭제하는 타협안이 아니라면 공화당이 협조할 의사가 거의 없다고 <에이피> (AP) 통신 등은 보도했다. 척 슈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9일 협상이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했으나, 타협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총기규제를 강화하라는 여론은 커지고 있다. 특히, 재계가 나서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 등 미국의 220개 주요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은 9일 의회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총기폭력을 막을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라”고 상원에 촉구했다. 이들은 “총기 폭력 만연은 우리의 공동체, 특히 흑인 및 중남미계 공동체를 파괴하고 국가 경제를 해친다”고 말했다.
공화당 후원자들도 가세했다. 지난 5일치 텍사스 지역 신문인 <댈러스 모닝 뉴스>에 게재된 총기규제법 지지 광고에는 이 지역의 보수적 인사뿐만 아니라 공화당 후원자들도 참가했다. 그러나,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서 총기규제 법안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의원은 아직 없다.
하원에서 통과된 ‘우리 아동 보호법’은 공격용 무기 구매 연령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대용량 탄창 금지, 총기구매 시 신원조회, 정신질환자나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총기판매 금지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무기 판매 금지 등의 조항만 합의될 수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