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4개 정당 연합을 성사시켜 12일(현지시각) 총선 1차 투표에서 좌파의 약진을 이끈 장뤼크 멜랑숑 좌파연합 대표가 투표가 끝난 뒤 수도 파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여권 연합이 12일(현지시각)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부진을 면치 못해 과반 의석 확보가 위험해졌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여당인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앙상블’ 연합과 좌파의 ‘뉘프’ 연합이 각각 25~26%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는 여권 연합이 최종적으로 25.2%를 득표해 좌파 연합(25.6%)보다 0.4%포인트 뒤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프랑스24> 방송은 전했다.
이런 득표율을 바탕으로 4개 여론 조사 기관이 예측한 여권의 의석수는 225~295석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권이 과반인 289석을 확보하지 못한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권이 19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현재 여권 연합의 345석에는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해 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그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 개혁 등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는 최종적으로 150~220석을 확보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좌파연합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을 중심으로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등 4개 좌파 정당이 마크롱 대통령 견제를 위해 구성한 연합체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은 이날 1차 투표에서 18.5~19.7%를 득표해 최종적으로 5~45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연합은 15석 이상을 확보해 의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현재 의석은 8석이다.
이번 총선 1차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47.7%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24>가 전했다. <아에프페>는 노동자 계급에서 특히 기권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자, 연금액 인상과 세금 감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좌파연합은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공공 서비스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공격하며 공공 지출 확대와 강력한 환경 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아에프페>는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 지난달 28일 파리에서 열린 유럽 프로축구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관련 소동, 다미앵 아바드 연대·자립 및 장애인부 장관의 성폭행 의혹 등이 여권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정치학자 제롬 자프레는 많은 유권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압도적인 과반 의석 확보를 견제하려는 심리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뉴스 전문 채널 <엘시아이>(LCI)에서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정당들과 협력하고 권력을 공유하며, 특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드러낸 통치 방식에 변화를 주기를 유권자들이 원한다는 걸 뜻한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선거 직후 “우리에게는 유권자를 집결한 시간이 아직 일주일 남아 있다. ‘앙상블’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멜랑숑 대표는 “오늘의 결과는 우리와 ‘공통의 조국’의 운명에 보기 드문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다음주에 마크롱의 재앙과 같은 정치를 무너뜨리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총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일주일 뒤 1·2위 후보와 득표율 12.5%를 넘긴 후보를 놓고 결선 투표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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