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미국 주가 폭락세를 보여주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화면 앞에 미국 국기가 걸려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대폭 인상 이후 상승했던 미국 증시가 하루 만에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폭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6일(현지시각) 741.46(2.42%) 떨어진 2만9927.07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3만 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대형주 중심의 에스앤드피(S&P) 500 지수는 123.22(3.25%) 떨어진 3666.77로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53.06(4.08%) 하락해 1만646.10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다우존스와 에스앤드피 지수가 202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고, 나스닥 지수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에스앤드피 지수는 직전 최고점에서 24% 떨어지면서 ‘약세장’으로 확실히 빠져들었고, 다우존스 지수도 최고점보다 19% 떨어져 약세장을 눈앞에 뒀다. 나스닥 지수는 직전 최고점보다 34% 낮은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직전 최고점보다 20% 떨어지면 약세장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한다.
미 증시보다 앞서 마감한 유럽 증시도 동반 폭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닥스 지수가 3.31% 하락했고, 영국 런던의 에프티에스이(FTSE) 100 지수는 3.14%, 프랑스 파리의 카크 40 지수는 2.39% 떨어졌다.
증시 분석가들은 전날 연준이 시장의 예상 대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자 투자자들이 안도하면서 주가가 올랐으나, 이날은 경기 침체 우려가 분위기를 지배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자산관리 회사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수전 슈미트 분석가는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에 “투자자 정서가 하루에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오늘에서야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금리 인상이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존 케리 주식 수익 책임자는 “이제 사람들이 경기 침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과 유럽 증시 하락에는 스위스와 영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 결정도 영향을 줬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날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0.25%로 0.5%포인트 올려 시장을 놀라게 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도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잉글랜드은행이 금리를 5차례 연속 올림에 따라 영국의 기준금리는 2009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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