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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3년전 “진심 사과” 한다던 홍콩 지도자, 퇴임 앞 “사과할거 없어”

등록 2022-06-17 11:11수정 2022-06-17 11:22

캐리 람 행정장관, 인터뷰서 “아들·남편에 사과”
2019년 송환법 100만명 시위 때 “책임은 내게”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019년 11월26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019년 11월26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2주 뒤 퇴임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재임 기간 동안 홍콩인들에게 사과할 게 “없다”면서 “남편과 아들에게는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2019년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도입을 추진하다 홍콩 역사상 최대 시위에 맞닥뜨렸고, 당시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람 장관은 14일치 <블룸버그> 통신이 인터뷰에서 ‘재임 기간 동안 홍콩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No)”며 “나는 내 남편과 아들들에게, 나를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홍콩의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급증 사태에 대해서는 “초기에 보다 적극적인 조처를 하고 노인을 더 잘 보호했다면 아마도 사망자가 더 적었을 것”이라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임기 동안 사과할 게 없다’는 람 장관의 입장은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다. 람 장관은 2019년 3월 홍콩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추진하다가 홍콩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고, 결국 6개월 만에 법안 도입을 철회한 바 있다.

특히 6월 법안 도입에 반대하는 100만~200만명 규모의 시위가 발생했고, 람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사과했다. 람 장관은 “대부분의 책임은 내가 질 것이며, 홍콩 시민들에게 가장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며 “부모들, 젊은이들 그리고 평소 의견을 표출하지 않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 언론인 등 여러 사람이 다친 것에 슬픔을 느낀다”며 “시위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이 조속히 회복하고, 사회의 균열이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송환법 도입은 실패했지만, 중국 당국은 이듬해 7월 홍콩 보안법을 도입해 홍콩을 사실상 ‘중국화’했다.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 행위 등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한 이 법안은 홍콩에서 언론·집회의 자유 등을 없애고, 이를 어길 경우 체포하고 감옥에 가뒀다. 이로 인해 지난해 홍콩의 민주파 언론과 단체 등이 대부분 스스로 문을 닫았다.

람 장관은 25일 홍콩 반환 25주년을 앞두고 열린 한 포럼에서는 “2019년 국가 안보를 훼손한 폭력과 폭동”과 같은 도전을 보았다며 “(국가보안법 통과 등) 중앙정부가 적시에 개입해 헌법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극복했다”고 말했다.

2017년 행정장관에 취임한 람 장관은 이달 말로 5년 임기가 끝난다. 그의 임기 동안 홍콩은 송환법 도입 추진 및 중단,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 코로나19 사태 등 큰 사건을 여럿 겪었고, 홍콩의 민주 체제와 언론·집회 자유를 유지하는 근거가 된 ‘일국양제’가 사실상 사라졌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제도가 사실상 중국 공산당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중국 당국의 신임을 잃은 람 장관은 아예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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