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칼날의 빛 감추던 중국, ‘해상굴기’로 미국 앞마당 넘본다

등록 2022-06-22 09:00수정 2022-06-23 07:55

중국 역대 외교기조와 항공모함 도입 관계
중국의 세번째 항공모항 푸젠함이 17일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진수되는 모습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의 세번째 항공모항 푸젠함이 17일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진수되는 모습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이 17일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상하이 앞바다에 띄웠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날 갑판에 대형 물 분수를 뿌리고, 폭죽을 터트리며 보란 듯이 새 항공모함의 등장을 자축했다. 24년 전 유령회사를 통해 만들다 중단한 소련의 항공모함을 몰래 사들이던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20여 년 사이 중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80년대 항모 보유욕 안 들키려 ‘전전긍긍’

‘도광양회,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키운다.’

1980년대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 전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채택한 중국의 주요 외교 방침이다. 1970년대 말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했지만, 아직 자립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중국이 미국 등 서양의 견제를 받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외교 노선이다.

실제 중국은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싶은 욕구를 서구에 들킬까 봐 전전긍긍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폐항공모함을 사들이면서 연구용이 아닌 고철 재활용, 레저용 등으로 포장했다.

중국은 1998년 우크라이나로부터 소련 시절 건조하다 중단한 항공모함을 사들였는데, 이때는 아예 마카오의 관광회사가 해상 카지노를 만들기 위해 사들이는 것으로 구입 주체와 목적을 속였다. 마카오 관광회사는 사무실이 없는 유령회사였고, 회사 이사진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전직 장교들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은 2002년 이 항공모함을 애초 밝혔던 마카오가 아닌 군사항구인 다롄으로 가져와 연구를 거듭했다. 당시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하려 한다고 보도했지만, 중국은 펄쩍 뛰며 부인했다. 2002년 12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설은 서구의 ‘중국 위협론’의 산물”이라며 “경제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중국은 주변국의 안정적인 환경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항공모함은 필요없다”고 밝혔다. 도광양회의 기조에 충실한 해명이었다.

중국의 세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지난 18일 인공위성으로 찍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세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지난 18일 인공위성으로 찍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심각하게 고려중”

‘화평굴기, 평화롭게 일어선다.’

2003년 중국 지도자가 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취임 뒤 중국의 외교노선으로 화평굴기를 내놨다. 이제는 실력을 감추지 않고, 평화롭게 세상에 우뚝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후 전 주석의 화평굴기가 부각된 것은 5년이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올리면서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개막식을 통해, 중국은 이제 더는 과거의 중국이 아님을 선언했다. 항공모함을 보유하겠다는 의사도 이때 분명히 했다. 2008년 12월 중국 국방부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당시 논란이 된 항공모함 건조 계획과 관련해 “항공모함 건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 만인 2012년 9월,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1998년 사 온 항공모함을 ‘랴오닝함’으로 탈바꿈시켜 내놨다. 14년 동안 연구·개조한 결과였다. 배수량 6만여t, 디젤 추진, 스키점프대 방식의 구형 항공모함으로, 중국 스스로도 ‘훈련용’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중국은 제2, 제3의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세우며 준비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의 모습. 미국 항모와 달리 캐터펄트(사출기) 방식이 아닌 스키점프대 방식이다. 신화 연합뉴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의 모습. 미국 항모와 달리 캐터펄트(사출기) 방식이 아닌 스키점프대 방식이다.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집권 뒤, 두번째 항모 4년 만에 완료

‘일대일로, 하나의 띠와 하나의 길로 서부에 진출한다.’

2013년 지도자가 된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놓은 팽창적 외교전략 구호다. 도광양회에서 화평굴기를 거친 중국은 이제 미국의 견제에 맞서 외부로의 팽창을 추진한다. 다만, 미국의 힘이 잘 미치지 않는 중국의 서쪽,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럽과 아프리카 등이 타깃이 됐다. 앞서 2010년 중국은 일본을 넘어 세계 경제 2위 국가가 됐고, 시 주석은 아메리카 드림을 차용해 ‘중국몽’ 실현을 내세웠다.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의 건조는 시 주석 취임 직후인 2013년 곧바로 시작해, 2017년 4년 만에 완료했다. 첫 항공모함이 70% 건조된 상황에서 들여와, 최종 완료까지 14년 걸린 것에 견주면 비약적 발전이었다. 산둥함은 배수량 6만여t, 디젤 추진, 스키점프대 방식으로 랴오닝함과 엇비슷하다. 중국은 산둥함을 진수한 지 2년 만인 2019년 실전 배치하며 항공모함 운용에도 상당한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중 갈등 심화 속 세번째 항모 진수

‘미국의 앞마당, 태평양으로.’

서쪽에 머물던 중국의 시선은 이제 미국의 앞마당이라 불리는 동쪽, 태평양을 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남태평양의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약을 맺었고, 또 다른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를 지원해 낡은 활주로를 개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지난달 말 다른 남태평양 국가를 방문해 안보·군사 협약을 맺으려 시도했다. 중국이 남태평양에 군함과 전투기를 배치할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하고 있다는 의심이 쏟아졌다. 중국도 이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채 “평화적인 교류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지난 17일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진수했다. 앞선 두 항공모함보다 크기와 성능이 개선됐고, 전투기를 날리는 방식이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앞선 두 척의 항모가 전투기의 성능을 최대화하기 힘든 스키점프대 방식이었는데, 푸젠함은 전투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캐터펄트(사출기) 방식이 적용됐다. 외부 동력을 이용해 전투기를 날릴 수 있게 돼, 전투기의 작전 범위가 넓어지고 공격력 또한 커지게 된다.

특히 중국은 이 항공모함의 명칭을 대만과 마주한 성의 이름을 따 푸젠함으로 지었는데, 대만에 대한 견제와 경고의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은 최근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2035년까지 모두 6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해, 미군 항공모함 전단이 대만 해협 1천㎞ 이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