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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하루 식용유 1900만병이 자동차 연료로…“식량 우선돼야”

등록 2022-06-22 15:16수정 2022-06-22 15:30

유럽 에너지 관련 단체 잇따라 문제 제기
유럽, 매일 식용유 1900만병을 차량용으로 소비
미국·유럽이 곡물 안 쓰면 1억2천만명분 식량 아껴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의 해바라기 재배용 밭에서 지뢰를 제거한 뒤 파종하고 있다. 루한스크주/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의 해바라기 재배용 밭에서 지뢰를 제거한 뒤 파종하고 있다. 루한스크주/타스 연합뉴스

해바라기씨유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식물성 식용유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이를 원료로 한 바이오 연료가 식량 위기를 부추기는 주범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의 청정 에너지 운동 단체인 ‘운송과 환경’은 21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과 영국이 하루에 1만7천t의 유채 기름과 해바라기씨 기름을 차량 연료로 사용하면서 식물성 기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매일 1ℓ짜리 식용유 1900만병이 식탁에 오르는 대신 자동차 연료로 소비되는 셈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이 단체는 2015~2019년의 식물성 기름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 분석 보고서에서 유럽이 소비하는 유채 기름의 58%가 승용차와 트럭 연료로 쓰였다고 분석했다. 또 유럽의 해바라기씨유 소비량의 9%, 팜유의 50%, 콩기름의 32%도 차량 연료로 소비됐다.

유럽 바이오 연료 업계 등의 자료를 보면, 2020년 유럽연합과 영국이 생산한 ‘바이오 디젤’의 원료 중 36%는 유채 기름이었고 31%는 팜유였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콩기름(7%)과 해바라기씨유(4%)도 주요 원료였다. 또 유럽이 2019년 생산한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 중 48.6%는 콩이었으며 21%는 밀, 19.3%는 사탕수수 등 설탕 생산용 농산물이었다.

이 단체의 바이오 연료 캠페인 담당자 마이크 마라렌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슈퍼마켓들이 1인당 식용유 구입량을 제한하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며 “이와 동시에 우리는 매일 막대한 해바라기씨유와 유채 기름을 차 연료로 태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자가 부족한 시절에는 연료보다 음식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녹색 동맹’도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의 바이오 에탄올 원료를 생산하는 외국의 농지를 모두 식량 생산용으로 돌리면, 한해에 350만명분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도 바이오 연료 생산에 농작물을 쓰지 않으면 모두 1억2500만명분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현재 전세계 식물성 기름의 10~18% 정도가 바이오 연료 생산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주요 농산물 가격 지수를 보면, 식물성 기름 가격은 지난해 이후 곡물, 유제품, 육류, 설탕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으며,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2014~2016년 가격을 100으로 할 때 식물성 기름 가격은 2020년 99.4였으나 지난해 연말 178.5까지 올랐고 지난 3월에는 251.8로 치솟았다. 5월에는 229.3으로 다소 떨어졌으나, 여전히 설탕(120.3), 육류(122.0), 유제품(141.6), 곡물(173.4)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연료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곡물을 원료로 쓰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화석 연료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가 늘면 새로운 농지 개발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삼림 파괴가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에너지와 환경 정책 연구센터’의 티모시 서칭어 연구원은 <가디언>에 “바이오 연료의 비용이 석유 사용 감소에 따른 이득보다 더 크다”며 “유럽 등은 땅 사용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는 식량 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걸 상기시켜준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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