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에서 25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심야 총기 난사 현장을 찾아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과 꽃을 놓으며 2명의 사망자를 추모하고 있다. 오슬로/EPA 연합뉴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도심 유흥가에서 25일(현지시각) 새벽 중동계 노르웨이 국적자가 총기를 난사해 2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노르웨이 정보 당국은 이 사건을 ‘이슬람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테러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노르웨이 공영 방송 <엔아르케이>(NRK) 등은 이날 새벽 1시께 오슬로 도심의 유명 게이바 ‘런던펍’과 인근 도로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고, 범인은 현장 근처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50·6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 10명은 중상이고 나머지 11명은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공영 방송 기자는 “한 남성이 가방에 든 무기를 꺼내 총을 쏘는 걸 목격했다”며 “처음에는 공기총인줄 알았으나 건물 유리창이 부서진 뒤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런던펍에 있던 한 손님은 현지 방송 <티비2>에 총격 소리가 들리자 80~100명 정도의 사람이 곧바로 지하실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실에 대피한 이들이 가족 등에게 전화를 거는 등 죽음을 준비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총격 사건은 노르웨이의 연례 성소수자 축제를 앞두고 벌어졌다. 사건 이후 축제 주최측은 경찰의 권고에 따라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날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와 사망자들을 추모했다.
노르웨이 경찰치안국 수사관들은 총기를 난사한 인물이 이란의 쿠르드족 거주 지역 출신 42살 남성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로예르 베르 경찰치안국 국장 대행은 이 남성이 폭력과 협박 전력이 있고 정신적인 문제도 있는 인물이라며 이번 공격을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베르 국장 대행은 이 남성이 1990년대 이란의 쿠르드족 지역에서 노르웨이로 이주했으며, 2015년부터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이 남성이 극단화하면서 극단주의 이슬람 조직원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정황을 볼 때 이번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공격”이라며 “성소수자 공동체를 목표로 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의자의 변호사는 <에이피> 통신에 “그가 범행 동기를 말하지 않고 있다. 혐오 범죄 또는 테러 행위라고 결론을 짓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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