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에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튀르키예(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동의하는 대신에 이 두 나라가 쿠르드족 지원을 중단한다는 양해각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약속 이행을 압박에 나섰다.
베키르 보즈다으 튀르키예 법무부 장관은 29일 “우리는 두 나라에 테러분자들의 범죄인 인도를 요구할 것”이라며 핀란드에게 쿠르드노동자당(PKK) 당원 6명, 그리고 튀르키예의 종교 지도자인 펫훌라흐 귈렌(81) 운동의 회원 6명의 인도를 요구했다. 또 스웨덴에게는 쿠르드노동자당 당원 11명, 귈렌주의자 10명을 인도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을 다 합치면 튀르키예가 두 나라에 범죄인 인도를 요구한 이들은 총 33명에 이른다.
튀르키예는 전날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동의하는 대신에 이들 국가로부터 “테러 용의자들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추방하거나 인도하라는 튀르키예의 계류된 요청을 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튀르키예 법무부의 요구는 이 문서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영국은 튀르키예 내에서 분리독립 무장투쟁을 벌이는 쿠르드노동자당을 테러 단체로 지정했지만, 귈렌주의에 대해선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나아가 서구에선 귈렌주의 운동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양해각서에서는 금지 대상으로 “쿠르드노동자당”를 특정했으나, 귈레주의 세력은 특정되지 않았다. 궬렌주의 세력은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궬렌이 내세운 교육과 빈곤 퇴치 운동이 튀르키예 내에서 하나의 커다란 사회 운동으로 커지며 영향력을 갖게 됐다.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였지만, 이제는 정치적 라이벌이 됐다.
에르도안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의 배후가 귈렌주의자들이라며, 미국에 망명 중인 귈렌의 송환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이런 요구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스웨덴 내의 쿠르드족 활동가들은 이번 합의를 비난했다. 쿠르드계인 아미네 카카바베 의원은 스웨덴에게 “암흑의 날”이라며 스웨덴이 쿠르드족을 희생시켰다고 비난했다. 스웨덴에는 약 10만명의 쿠르드족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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