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리비아 서북부 타르후나의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된 시신들. 유엔 조사단은 이 지역에 집단 매장지가 100곳은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르후나/로이터 연합뉴스
2011년 이후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리비아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집단 매장지가 최대 100곳에 달할 걸로 추정된다고 유엔 조사단이 4일(현지시각) 밝혔다.
유엔이 임명한 리비아 ‘사실 확인’ 조사단은 이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65㎞ 떨어진 타르후나에서 집단 매장지로 보이는 장소 3곳을 위성 사진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인권 조사단은 이번 주중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관련 조사 내용을 담았다며 “내부 정보원에 따르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집단 매장지가 100곳 가량 더 있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리비아 정부에 추가적인 집단 매장지 조사를 촉구했다. 조사단의 일원인 트레이시 로빈슨은 조사단이 타르후나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권한이 없다며 “행동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사단의 보고서는 반군 세력인 ‘리비아국민군’과 연루된 군벌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수백명을 구금하고 ‘상자’로 불리는 작은 화로 같은 시설에 가두는 등 고문을 자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사단은 지난해 7월과 지난 5월 군벌이 사용하던 ‘상자 감옥’을 방문했으며,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쇠로 만든 작은 상자 같은 공간에 사람들을 감금하는 일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광범한 근거를 바탕으로 할 때 타르후나의 군벌 세력은 살인, 몰살, 구금, 고문, 정치적 박해 등의 반인권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학대를 당한 이들 중에는 여성과 아동도 있었다고 조사단을 덧붙였다.
타르후나에서는 지난해 1월에도 집단 암매장지가 발견된 바 있다. 리비아 정부가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수습한 시신은 247구에 이르며 이 중 다수는 수갑이 채워지거나 눈이 가려진 채 매장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이후 나라가 두쪽으로 쪼개졌다.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는 유엔의 지원을 받는 정부가 지배하고 있지만, 동부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유엔 보고서는 차드 반군, 하프타르 진영과 연계된 시리아 군인들과 러시아의 용병 기업인 바그너(와그너)그룹 등 7개 외국 무장 집단이 리비아에 머물면서 불법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