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북해 유전 시추 시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에너지난이 노르웨이 유전까지 파업으로 폐쇄돼 더욱더 위기로 치닫고 있다. 에퀴노르 누리집 갈무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에너지값이 치솟는 가운데, 노르웨이의 석유·가스전이 파업으로 폐쇄돼, 유럽의 에너지난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
노르웨이 석유·가스 회사인 에퀴노르는 노동자의 파업으로 석유·가스전 3개를 일시적으로 폐쇄했다고 영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4일 시작된 이 파업으로 노르웨이의 북해 대륙붕 유전에서 생산되는 하루 8만9천배럴의 가스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노르웨이석유가스협회는 이 파업으로 노르웨이의 가스 수출을 13%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며칠 내로 생산을 방해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나라다. 최근 몇년 동안 노르웨이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가스 수요의 20~25%를 공급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 공급이 제한되자, 유럽 국가들은 노르웨이에 석유와 가스 증산을 요구해왔다.
노르웨이의 석유산업 노조는 5일부터 생산시설 3곳에서 파업을 추가로 더 벌이겠다고 밝혔다. 파업에 들어가는 생산시설이 늘어나면, 석유와 가스 33만3천배럴의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이 중 26만4천배럴이 가스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제한으로 유럽에서 가스값이 치솟는 와중에 노르웨이의 가스전 폐쇄 사태까지 겹치자 가스값은 폭등했다. 이날 유럽의 도매가스 가격은 8%나 급등해 단위당 175유로(약 23만6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고치이고, 1년 전보다 5배나 높은 가격이다. 전력 요금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들이 고장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사태가 겹쳐서 전력 요금은 더욱 치솟고 있다.
노르웨이 북해 유전에서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은 물가 오름세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말인 9일부터 석유전 3곳에서도 파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