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가 6일(현지시각)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출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력공사를 완전 국유화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신화 연합뉴스
유럽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충격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최대 가스 수입 업체에 공적 자금 투입을 추진하는 데 이어 프랑스는 전력공사 완전 국유화에 나섰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가 6일(현지시각) 총선 이후 첫 하원 연설에서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정부 지분을 현재 84%에서 100%로 높일 계획을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른 총리는 “정부가 전력공사 지분 100%를 모두 소유할 생각임을 밝힌다”며 “이는 전력공사가 미래 에너지를 위한 야심 차고도 필수적인 사업을 가능하면 빨리 달성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주권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른 총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완전 국유화를 이룰지는 밝히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 회사의 재정 규율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지난 2005년 정부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전력공사를 증시에 상장시켰다. 현재 이 회사 주식의 14%는 일반 투자자가 갖고 있으며, 1%는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전력공사는 발전소 건설과 전력 생산, 송전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핵발전소 운용이 사업의 핵심이다. 프랑스의 핵발전소는 전체 전력 생산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북서부 플라망빌에 가압수형 원자로(EPR) 3호기 건설을 시작했으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2012년으로 예정됐던 가동 시기가 일러야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전기요금 상한을 설정하면서, 이 회사의 경영 어려움은 더욱 심해졌다.
프랑스 정부의 전력공사 완전 국유화 방침은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금융 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번 조처는 국유화를 선호하는 좌파와 우파 일부를 만족시키려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력공사는 이미 정부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어, 완전 국유화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가 지분을 100% 갖게 되면 투자 자금 조달은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520억유로(약 70조2천억원)를 들여 6개의 원자로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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