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각)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런던/AP 연합뉴스
장관 줄사퇴로 또다시 정치 위기에 직면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번에도 사퇴 압력을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존슨 총리는 6일(현지시각) 의회에 출석해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어려운 환경에서 총리의 일은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며 “이것이 내가 하려는 일”이라고 사퇴를 거부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발언 이후 존슨 총리가 가장 신뢰하는 일부 인사들이 총리실을 방문해 사퇴를 촉구했으나, 그는 이 또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 총리는 자신을 설득하러 온 이들에게 “나라가 직면한 아주 중요한 문제들”을 거론하며 자신이 사퇴하면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총리 측근이 밝혔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6일 보수당 내부에서 실시된 불신임투표가 통과되지 않으면서 가까스로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5일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사비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 존슨 총리의 거짓말을 문제삼으며 잇따라 사퇴하면서 다시 곤경에 처했다.
장관들의 잇단 사퇴는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 부대표가 지난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성추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지난 2월 그를 부대표로 임명한 책임이 부각될 것을 염려한 총리 대변인은 ‘총리가 그의 행동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교부 사무차관이 존슨 총리가 핀처 부대표의 과거 유사한 사건을 보고받은 바 있다고 폭로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직후인 2020년 방역 조처를 어기고 관저에서 음주 파티를 벌여 논란을 빚는 등 계속 추문에 휘말리고 있다. 지금까지 총리의 지도력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에서 사퇴한 인사만도 40명에 달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한편, 지난달 총리 신임투표를 주도했던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는 재투표 규정을 바꿔, 다시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이날 모임을 갖고 오는 11일 임원을 새로 선출한 뒤 재투표 규정 변경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재는 총리 신임투표가 통과된 뒤 1년 전에는 다시 신임투표를 할 수 없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존슨 총리가 조기총선을 선언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노동당은 지지율 41% 수준을 유지해 32~35% 수준인 보수당을 상당히 앞서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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