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힙합 가수 출신의 의원 표 제야 또.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을 수행해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등 측근으로 활약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40여년 만에 민주화 활동가 4명 등 정치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미얀마 군부를 향해 국제사회가 한데 뭉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외교부는 26일 ‘미얀마 반군부 인사 사형 집행 관련 주요국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부 정권이 반군부 민주화 인사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것은 이들이 인권과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비난받아 마땅한 폭력행위”라며 “부당하게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 안전하고 독립된 수감시설에 대한 접근 허용, 폭력이 아닌 대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한다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5개 합의사항 등에 대한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도 참여했다.
앞서 미얀마 국영 뉴스 매체인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25일 미얀마 민주진영의 표 제야 토 전 의원(41)과 저명한 민주화 운동가인 초 민 유(53) 등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4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미얀마에서 정치범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76년 이후 46년 만이다. 이 매체는 “교도소의 절차에 따라 사형이 집행됐다”고 전했을 뿐, 사형이 언제 어떻게 집행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군부가 설치한 군사법원은 지난 1월 이들이 민주파 무장 세력에게 권총과 폭탄 등 무기를 제공해 경찰관을 살해하는 등 ‘테러 행위’에 가담했다며 사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주축인 88세대의 대표적 활동가인 초 민 유.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에 처형된 이들은 미얀마의 대표적인 민주화 활동가들이다. 초 민 유는 1988년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한 학생운동 출신들이 조직한 민주화 운동 단체인 ‘88세대 학생 그룹’의 지도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에 양곤의 한 아파트에 은신하다가 체포됐다. 표 제야 토는 힙합 가수로 군부 등 체제비판적 노래를 부르다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의원으로 변신했다. 그는 11월에 체포됐다. 처형된 다른 두명인 흘라 묘 아웅, 아웅 투라 조는 군사 정부에 협력한 의혹이 있는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22일 현재 117명이 군부에 의해 사형 판결을 받은 상태다. 아세안 등은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정치범들에 대한 사형 집행을 하지 말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표 제야 토의 어머니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금요일 줌으로 만났을 때 아들은 건강하게 웃었다”며 “그는 나에게 책을 읽을 안경과 감옥에서 쓸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서 그것들을 주러 왔다. 사형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이들의 처형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측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얀마 민주진영 인사들이 모여 만든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극도로 충격을 받았고 슬프다”며 “군사 정부의 잔인함과 살인을 처벌하라”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