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2022 칩과 과학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진흥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의 ‘2022 칩과 과학법안’, 이른바 반도체 산업육성법에 9일(현지시각) 서명했다. 이 법안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뚜렷해, 첨단 기술 분야를 놓고 벌이는 미·중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상원과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미국 반도체 산업과 과학 연구 지원 등에 총 2800억 달러(366조 원)를 투자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에 390억 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에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에 20억 달러 등 총 520억 달러가 반도체 산업에 지원된다. 이와 관련한 세금 혜택으로 240억 달러를 지원하고, 나머지 2천억 달러는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다양한 과학 연구 영역에 10년간 지원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한 뒤 한 연설에서 “30년 전에는 미국에서 전체 반도체의 30%가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10%도 되지 않는다”며 “50년, 75년, 100년 뒤 사람들이 이번 주를 되돌아보며 이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중국 견제 목적이 분명하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지원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러시아 등에서 신규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하지 못하고, 이를 어기면 지원금을 회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블린 미사일 등 핵심 무기에도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중국 공산당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로비에 나선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세계적 확산 사태로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이 법안 구상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부터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4가지 주요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반도체 등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끌어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중국의 위협을 받는 대만이나 비우호적 국가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두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이외에도 한국과 일본, 대만을 묶어 이른바 ‘칩4’라 부르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를 꾸리려 하고 있다. 아직 구상 단계이긴 하지만 칩4 역시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해, 관련국들이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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