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영국 동남부 서퍽주의 필릭스토 항구. 필릭스토/EPA 연합뉴스
영국에서 물가 폭등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는 교통 분야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절반을 담당하는 항구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가세하면서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동남부 서퍽주의 필릭스토 항구 노동자 1900여명이 21일(현지시각)부터 8일 동안 파업에 들어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건설·교통 분야 대형 노조인 ‘유나이트’ 소속의 노동자들이다. 유나이트 노조 대표 샤론 그레이엄은 파업에 들어가면서 항구 운영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노동자의 복지보다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만 운영사는 노동자들에게 평균 8%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다며 이번 파업으로 영국의 공급망에 끼칠 여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필릭스토 항구는 한해에 2천 척의 화물선이 싣고 드나드는 4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영국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다. 이 규모는 영국으로 들어오는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에 이르는 것이다. 영국 운송산업 협회인 ‘로지스틱스 유케이’는 필릭스토 항구가 식품처럼 곧바로 처리해야 하는 화물은 다루지 않으며 자동차 부품이나 가구 등과 같은 화물들을 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품 등 생활 필수품 수급에는 당장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화물 운송 업계 단체인 ‘글로벌 시퍼스 포럼’의 제임스 후컴 이사는 “2020년 중반 이후부터 화물 운송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운송 차질이 나타나면 물가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영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부터 이미 만성적인 운송 차질을 빚고 있어, 이번 파업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필릭스토 항구의 한 관계자는 <가디언>에 “운송 차질이 이미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됐다. 제때 수송이 가능한 운송망을 확보하는 데서 안전하고 확실한 운송망을 확보하는 쪽으로 공급망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인 10.1%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물가 폭등을 겪으면서, 임금 보전을 요구하는 파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일에는 공기업인 ‘네트워크 레일’ 등 철도 회사 노조와 버스 회사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에 나서 수도 런던의 대중교통이 차질을 빚었다. 우편과 통신 업계 노동자들도 파업 돌입을 선언한 상태라고 <에이피>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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