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만 진먼섬에 대만기가 게양돼 있다. 진먼/AFP 연합뉴스
수백 명의 대만인이 취업 사기로 캄보디아 등에 억류된 사건이 발생해 대만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대만 정부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가운데, 중국도 ‘구조 요청을 받았다’며 대만인 구출에 나섰다.
26일 대만 <중앙통신>과 싱가포르 <연합자오바오> 등 보도를 종합하면, 대만 정부는 취업을 이유로 캄보디아에 갔다가 사기를 당한 이들을 370여 명으로 추산한다. 일부 대만 언론이 “4천명 이상 실종됐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대만 형사국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어 4천명은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미귀국자 수이며, 억류된 이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애초 대만 정부는 지난 16일 캄보디아 등에서 연락이 두절된 이가 120여 명이라고 밝혔는데, 21일엔 370여명이 사기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중국어를 미끼로 취업 사기를 벌인 여러 국제 인신매매단에 의해 캄보디아와 타이, 미얀마 등에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신매매단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18살부터 35살 사이 대만 청년을 상대로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의 중국어 사용 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며 컴퓨터만 다룰 줄 알면 최소 2500달러의 급여를 보장한다는 식으로 속였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긴 채 캄보디아의 호텔이나 외딴 곳에 있는 숙소에 감금됐고, 가족들에게 몸값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돈세탁을 하라거나 대만인을 유인하라고 강요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구출된 이 일부가 매달 15~20명을 유인하라고 강요받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몽둥이로 맞는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말했다.
일부 대만 언론은 인신매매단이 장기 적출을 했다는 의혹까지 보도하고 있다. 대만 <cti뉴스>는 인신매매단이 사람의 신체를 16개 부분으로 세분화해 가격을 매겨 거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만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민간과 합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들에 대한 구출에 나섰다. 대만 형사국은 지난 22일 캄보디아 현지에 억류된 대만인 72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형사국은 지금까지 총 25건의 인신매매 사건이 적발됐고, 75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대만은 친중국 성향의 캄보디아, 미얀마와 정식 외교 관계를 맺지 못한 상태여서 이들 국가와의 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틈을 중국이 파고들고 있다. 중국은 대만인이 협조를 요청하면 직접 돕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
중국 정부는 홍콩과 대만 동포 등 재외 화교의 안전과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관련국의 중국 대사관 및 영사관은 해당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관련 인원을 적극적으로 찾고 구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주재 중국대사관은 25일 관영 <환구시보>에 “전화와 우편 등의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대만 동포들의 메시지가 10여 건 접수됐다”며 “도움 요청을 받은 뒤 구조 시스템을 가동했고, 현지 경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관련 사항을 독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이번 취업 사기 사건이 중국의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 사업의 유산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캄보디아, 미얀마 등과 대규모 건설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만인들이 국외 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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