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온이 섭씨 30도에 이른 24일(현지시각) 살수차가 물을 뿌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높은 수준 아래로 억제하더라도 2100년께는 중위도 온대 기후 지역의 이상 폭염이 지금보다 3~1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미국과 유럽 등이 올 여름에 겪은 폭염과 산불 사태가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경고가 이어진 가운데 나왔다.
하버드대학 등의 미국 연구팀은 25일(현지시각)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유럽, 동아시아 등의 중위도 지역에서 체감온도(열지수)가 섭씨 39.4도(화씨 103도)를 넘는 일이 2100년까지 현재보다 3~10배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의 연구는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변화 등의 요인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량을 추정하고 이에 따른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수학적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위험한 수준의 폭염인 체감온도 39.4도와 극도로 위험한 수준인 51도의 폭염이 발생할 확률을 1천번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하고, 이를 1979~1998년의 폭염 발생 빈도와 비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논문은 중위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9.4도를 넘는 일이 21세기 중반에는 한해에 20~50번까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경우, 39.4도 이상의 폭염이 일년의 절반 정도 지속되고 51도를 넘는 경우도 한해에 15일 이상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체감온도 51도 이상의 고온은 현재는 아주 드문 일이다.
연구를 이끈 하버드대의 기후 학자 루커스 제페텔로는 “이런 예측은 수십억명의 인구가 극도로 위험한 폭염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뜻한다”며 “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던 일이 매년 발생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드웰 기후 연구 센터’의 기후 학자 제니퍼 프랜시스는 <에이피>에 “슬픈 일이지만 이 연구의 무서운 예측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대기 중 탄소 농도 수준에 따른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대신 수학적 확률에 의존했다는 이유로 이번 예측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기후 학자 마이클 만은 “현재의 걸림돌은 통계적 방법론이 없다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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