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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26년 홀로 버틴 ‘아마존 원주민’ 사망…한 종족이 또 사라졌다

등록 2022-08-30 08:49수정 2022-09-02 16:48

브라질 고립 원주민 종족 마지막 구성원 사망
26년 간 홀로 생활 ‘구덩이의 남자’
사체 위에는 앵무새 깃털…죽음 알고 대비
브라질에서 외부 접촉을 끊고 홀로 살아온 종족의 마지막 구성원인 ’구덩이의 남자’가 숨진 것이 발견됐다. 지난 2018년 원주민청에 의해 촬영된 모습이다. 브라질 원주민청 제공
브라질에서 외부 접촉을 끊고 홀로 살아온 종족의 마지막 구성원인 ’구덩이의 남자’가 숨진 것이 발견됐다. 지난 2018년 원주민청에 의해 촬영된 모습이다. 브라질 원주민청 제공

브라질에서 외부와 접촉을 않던 원주민 종족의 마지막 구성원이 숨졌다.

<비비시>(BBC) 등은 29일 지난 26년 간 외부 세계와 완전히 고립된 채 혼자 살아온 원주민이 최근 숨졌음을 지난 23일 이 지역을 순찰 중이던 브라질 원주민청 공무원이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주검은 밀짚 오두막 옆 해먹 위에서 마코 앵무새 깃털에 덮인 채 발견됐다. 원주민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덮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숨진 것은 발견되기 40~50일 전으로 관찰되며, 침입의 흔적이나 외상이 없어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60살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 전문가인 마르셀로 도스 산토스는 현지 언론에 구덩이의 남자 사체 위에 놓인 깃털과 관련해 “그는 죽음을 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당국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부검을 결정했다.

브라질과 볼리비아의 접경 지대인 혼도니아주 타나루 원주민 지역에서 살던 종족의 일원인 그는 다른 동료들이 외지인들에 의해 사망한 뒤 혼자 살아왔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구덩이를 여러개 파고 살아와 ’구덩이의 남자’로 불렸다.

그는 자신이 살던 영역에 여러 개의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밀집 오두막을 짓고 살아왔다. 이 구덩이는 동물 사냥이나 은신용으로 추정되나, 그의 종족이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을 수 있다고 원주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의 종족 동료 대부분은 1970년대 땅을 개간해 확장하려는 개발업자나 목축업자들에 의해 살해됐다. 남아있던 6명도 1995년에 불법 광산업자들의 공격으로 숨져 그만 남게 됐다. 브라질의 원주민청은 다음해인 1996년에 그가 홀로 생존한 것을 알고 안전을 추적해왔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왔기 때문에 속한 종족과 사용하는 언어는 파악되지 않았다. 원주민청은 2018년에 그를 정글에서 조우해 짧은 영상 기록을 남겼다. 당시 그는 도끼와 같은 도구를 가지고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구덩이의 남자는 약 50여개의 밀짚 오두막을 남겼다. 안에는 약 3m 깊이의 구덩이가 파여있다. 구덩이 중 일부에는 밑에 날카로운 나무 창날이 박혀있다. 이를 통해 야생돼지 등을 사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옥수수와 파파야를 경작하기도 했다.

브라질 헌법에 따라서,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땅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구덩이의 남자가 살아온 타나루 원주민 영역은 지난 1998년부터 접근이 제한돼 왔다. 하지만, 이 지역을 개간하려는 지주와 농부들은 약 8070㏊ 면적에 달하는 이 지역에 대한 접근 금지에 반발하며, 원주민들을 위협해왔다.

타나루 원주민 영역에 대한 보호와 접근 금지는 매해 갱신되어 왔다. 이번 죽음을 계기로 보호 조처를 영구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에는 약 240개의 원주민 종족이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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