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대결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 무인기(드론)가 대만 영공에 침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만은 강하게 반발했고, 중국이 뉴노멀(새 기준)을 만들려는 시도라며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29일 누리집을 통해, 진먼방위사령부가 이날 오후 4시께 진먼섬 부속 섬인 스위 인근 해상 통제구역에서 무장하지 않은 중국 민간용 무인기 1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만군은 ‘감시-통보-퇴거 시도-방어 사격’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호탄을 쐈고, 무인기는 1분 만에 중국 푸젠성 샤먼 방향으로 돌아갔다.
이달 들어 중국 무인기가 무려 스무차례 넘게 대만 영공에 진입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국방부 자료를 보면,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직후인 지난 3일부터 29일까지 중국 무인기가 대만 영공에서 발견된 횟수는 22차례에 이른다. 다만, 무장하지 않은 민간용이었고, 샤먼에서 4㎞ 정도 떨어진 대만의 진먼섬과 그 주변 섬의 대만 군사 시설 등을 정탐하고 돌아갔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이 드론이 찍은 영상이 두편 공개됐는데, 대만 군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근접 촬영이 이뤄졌다. 대만군은 지난 24일 이 영상에 찍힌 이들이 자국 군인이 맞다고 확인하면서 “(중국이) 대만군의 대응을 시험하는 것 외에 영상을 찍어 허위 정보를 만들고, 대만군을 분열·비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중국 민간용 무인기가 대만 얼단섬에서 찍은 대만 군인의 모습. 웨이보 갈무리
이런 반발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무인기가 중국 땅 위를 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대만이 중국 영토이므로 무인기의 비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대만은 중국 무인기를 ‘도둑’에 빗대 비난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누리집에서 “중국 옛 속담에, 청하지 않았는데 오는 사람을 도둑이라 한다”며 “대만 사람들은 열린 문으로 들어오거나 허공을 훔쳐보는 도둑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거듭된 군사도발을 통해 ‘뉴노멀’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29일 브리핑에서 중국 무인기의 대만 진입과 관련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전후해 중국은 이 지역에서 뉴노멀(새 기준)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했다시피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직후인 4일 중국은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중국 전투기는 거의 매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28일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함과 앤티텀함을 대만해협에 투입했다. 중국이 자국 영해로 주장하는 바다에 전함을 보내, 중국의 뉴노멀 구성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젠(J)-11 전투기 3대 등 군용기 7대를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보내는 등 무력시위를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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