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드민턴 선수였던 예자오잉이 덴마크 언론 <티브이2>(TV2)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중국 배드민턴 선수로 세계 여자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한 예자오잉(48)이 덴마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 올림픽 당시 이뤄진 중국팀 내부의 ‘고의 져주기’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예는 2020년 남편인 중국 축구선수 하오하이둥(52)과 ‘중국 공산당 타도’ 선언을 함께 한 뒤 줄곧 스페인에 체류하고 있다.
예는 27일 덴마크 언론인 <티브이2>(TV2)와 인터뷰에서 2000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중국 선수와의 대결을 앞두고 코치진으로부터 고의로 져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대표 배드민턴 대표팀 전 감독인 리용보와 여자 단식 대표팀 감독인 탕쉐화가 4강전 전날 저녁 이런 결정을 그에게 말했다. 예는 “그들은 내가 고의로 졌다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상대 중국 선수를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2세트 연속 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명령이었다”며 “그들은 내가 지더라도 금메달을 딴것과 같은 2만1500유로의 상여금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에는 중국 선수 3명과 덴마크 선수 카밀라 마틴이 올라갔다. 예와 다른 중국 선수 궁즈차오가 4강 첫 경기를 하고, 마틴은 또 다른 중국 선수와 4강 둘째 경기를 하는 일정이었다. 예는 “마틴이 결승에 진출할지 알 수 없었고, 코치진은 누가 결승에서 마틴을 이길 가능성이 큰지 결정했다. 그들은 내가 궁에게 져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는 궁과의 4강전에서 두 세트를 연속 내주며 패했다. 4강 둘째 경기에서 마틴이 중국 선수를 이겼고, 결승에서는 궁이 마틴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예는 동메달을 땄다.
예는 코치진의 지시를 따른 것에 대해 “내가 준결승에서 이기고 결승에서 졌다면 중국 전체가 나를 반역자로 여겼을 것이다. 내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나의 이전 승리는 무의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는 이런 경험이 자신을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대의 길로 이끌었다고 했다. 예는 “제 남편 하오하이둥과 저는 모든 중국 운동선수를 정치적 도구로 만든 중국 정권과 부패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우리는 잘못된 체제의 희생자였다. 우리는 진실이나 정의에 관해 아무 관심도 없는 체제의 하수인이었다”고 말했다.
<티브이2>는 중국 배드민턴 협회에 예가 말한 고의 져주기 의혹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주재 중국 대사관은 예에 대해 “그는 항상 반중국적이었다. 그의 발언은 반박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2019년 하오하이둥과 결혼한 예는 2020년 6월 스페인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을 비판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뒤 중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를 짓밟는 테러 조직”이라며 “중국인들은 더 이상 공산당에 짓밟혀선 안 된다. 공산당은 지구상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 뒤 중국 언론과 포털 등에서 예와 하오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모두 삭제됐다.
예는 1990~2000년대 활동한 배드민턴 선수로, 1995년 세계 배드민턴 여자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방수현, 수지 수산티와 경쟁하며 여자 배드민턴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남편 하오도 1990~2000년대 중국 축구를 대표한 공격수로, A매치 115경기 41골로 중국 축구 대표팀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을 갖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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