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유엔이 3년여간의 준비 기간에도 발표하지 않고 있던 중국 신장 지역 위구르족 인권탄압 관련 보고서를 유엔 인권최고 대표 임기 종료 마지막날 전격 발표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31일(현지시각) 중국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위구르족을 상대로 한 차별적인 구금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에 이 보고서를 발표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으며,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침해 주장은 서방 국가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등은 이 보고서를 베이징 겨울 올림픽(2022년 2월4일~2월20일) 개막 이전에 발행할 것을 주장해왔으나, 유엔은 베이징 겨울 올림픽 이후로 보고서 발표를 미룬 바 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모호한 내용의 국가 보안법 적용을 남용해 소수민족들의 권리를 탄압하고, “자의적인 구금 체계”를 수립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48쪽짜리 이 보고서에서 수감자들이 “성적 및 젠더 관련 폭력”을 포함한 부당한 형태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또 강요된 의료치료 및 “가족계획과 출산 통제 계획의 차별적인 강요”도 겪고 있다고 적시됐다.
유엔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은 즉각적으로 “임의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개인들”을 석방하라고 권고하고, 중국 당국의 일부 조처들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중국 정부에 의해 얼마나 많은 주민이 구금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인권 단체들은 100만명 이상이 신장의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유엔 조사관들은 서방에서 주장되는 신장위구르 지역 내에서 집단 수용의 형태 및 고문에 대한 “신뢰할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4년 임기 마지막 날 발표됐다. 바첼레트는 임기 내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여론을 둘러싼 공방에 시달렸다. 보고서는 몇 차례나 출간이 연기됐는데, 인권 단체들은 유엔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고서를 “출간하라거나, 혹은 출간하지 말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중국 당국과의 대화가 보고서의 내용에 눈을 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보고서 출간 지연으로 내용이 바뀐 것은 없다고 했다.
중국은 보고서 공개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보고서 발표 직전인 31일 오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객관·공정·무차별·탈정치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각 종류의 인권을 균형되게 추진하고, 회원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중시해야 한다”며 “이른바 신장 보고서는 미국 등 소수 서방 국가 세력이 기획한 소동으로 바첼레트 본인이 정확한 결정을 하길 기대한다”며 보고서를 발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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