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1~2년 전? 그즈음부터 귀리 우유가 잘 팔리기 시작했죠.”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서부 도시 윌리엄즈에 있는 커피숍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데이렌 턱포드는 귀리로 만든 대체 우유인 ‘귀리 우유’가 시장에 출시돼 인기가 상승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처음 바리스타가 되어 매장에 출근했을 땐 귀리 우유가 든 커피를 주문하는 고객이 손에 꼽힐 정도였지만, 지금은 많은 고객이 선호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동물 복지,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낙농업이 발달한 국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대체 단백질 공급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오스트레일리아 방송 <에이비시>(ABC)가 지난 6일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연간 대체 유제품 소비량을 보면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28.1% 증가했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카페의 음료 매출이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900곳 이상의 카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객의 약 4분의 1이 식물성 우유가 든 메뉴를 선택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특히 귀리 우유의 매출은 시장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며 오스트레일리아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존 유제품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카페 시장 분석가인 션 에드워즈는 지난 5월 이 방송에서 식물성 우유가 든 제품의 매출이 몇 년 안에 전체 카페 음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며, 귀리 우유는 곧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체 유제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방송에서 “2년 전 귀리 우유를 사용한 제품은 전체 음료 매출의 0.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약 20%의 시장점유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여러 식물성 우유 중에서도 귀리 우유의 판매가 최근 급증한 것은 ‘아몬드 우유’나 두유 등에 견줘 유제품의 특성을 더 잘 모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식품 가공업체들이 품질 좋은 귀리 우유를 만들기 위해 설비 투자에 집중했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자, 귀리 우유의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유기농 식품기업 누미(Noumi)의 최고 경영자 마이클 페리치는 “우리는 기존 식물성 우유에 부족했던 풍부한 거품이 잘 생기도록, 실제 동물성 우유와 더욱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더 나은 공정을 갖추고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낙농업계에서는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오스트레일리아농민협회(WAFarmers) 대표이자 낙농업자 이안 녹스는 방송에서 “낙농업계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탄소 배출량에 대한 우려 때문에 메탄을 많이 배출하며 생산되는 유제품을 멀리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귀리 우유의 판매 증가는 농가와 식품 가공업자들에게 새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식품기업 ‘와이드 오픈 어그리컬쳐’(WOA)은 2천만달러를 들여 이 지역 대도시 퍼스에 첫 귀리 우유 가공 시설을 짓기로 했다. 귀리 우유 제품에 사용되는 귀리가 서오스트레일리아 지역에서 재배되고 제분되는데, 지금껏 가공은 이탈리아에서 이뤄져 서오스트레일리아 슈퍼마켓과 카페로 다시 운송돼야 했다.
벤 콜 최고경영자는 “귀리 우유의 첫 생산부터 마지막 가공까지 서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능하게 되면 긴 공급망을 거치지 않아 환율, 코로나19, 전쟁 등으로 인한 유통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리 생산 농가들은 더 많은 판로가 뚫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귀리 생산업자 스티븐 포드는 “소비자가 원하고, 서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재배하고 가공하며, 서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에게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면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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