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사마르칸트/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터키)가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상하이협력기구가 미국을 견제하면서 외연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튀르키예 현지 언론을 인용해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상하이협력기구 국가들과의 관계는 아주 다른 단계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답했다. 2001년 설립된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정치·경제·안보협의체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8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옵서버국 4곳, 대화 파트너 9곳이 있다.
앞서 15일에는 이란이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을 위한 의무각서에 서명했다. 실제 가입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사실상의 절차는 마무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이 곧 상하이협력기구에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란과 튀르키예는 각각 상하이협력기구에 옵서버국과 대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러시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옵서버국 벨라루스도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을 추진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18일 “협상이 성공한다면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 가운데 상하이협력기구에 참여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일대일 회담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가능성을 이야기했다”며 “튀르키예가 상하이협력기구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서방에 대해 새로운 지렛대를 갖게 되는 한편,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회원국들과 더 강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이란의 가입으로 상하이협력기구의 반미 색채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5∼16일 이틀간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서 가입국들은 안보와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상하이협력기구 국가들의 통화를 상호 교역의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 결속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편 미국은 15일 상하이협력기구를 계기로 이뤄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에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휴하고 유대가 깊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분명히 해왔다”며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가 우려해온 협력의 한 사례”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