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글서 적발된 유대교 극단 종파 ’레브 타호르’의 시설에서 생활하던 어린이들. 검은 옷으로 전신을 가리고 있다. 이스라엘 외무부 제공/<비비시> 화면 갈무리
신자들에게 아동 결혼 등 전근대적 계율을 강요한 사이비 유대교 종교 집단이 멕시코 정글에서 적발됐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27일 멕시코 검찰이 나흘 전 남부 치아파스주의 도시 타파출라에서 북쪽으로 17.5㎞에 있는 종교 시설을 급습해 이곳에 수용되어 있던 어린이와 10대들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영국 <비비시>(BBC)에 따르면, ’순수한 마음의 히브리인’이라는 뜻의 ’레브 타호르’라고 불리는 유대교 극단 종파가 이 시설에서 아동 결혼 등 극단적 계율을 신자들에게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엄격한 징벌을 내렸다. 이 집단은 3살 소녀에게도 온몸을 가리는 옷을 입게 하는 등 여성에게 탈레반과 비슷한 율법을 강요해 ’유대교 탈레반’이라 불린다.
이 시설에선 이스라엘 시민과 미국·캐나다·과테말라 국적을 가진 이중 국적자 등 26명이 발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종교 집단의 지도급 인사 2명을 인신매매 및 성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구출된 어린이들과 10대들은 이스라엘로 후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브 타호르는 1988년에 이스라엘에서 랍비 슐로모 헬브란스에 의해 창립됐다. 미국으로 옮겨간 헬브란스는 1994년 납치 등의 혐의로 2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사고로 익사했다. 이후 레브 타호르는 중미 일대의 나라들을 옮겨 다니며, 약 350명의 신자 규모를 유지해왔다. 초정통파 유대교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법원은 ’위험한 사교’로 규정하고 있다.
창립자의 아들이자 현 지도자인 나크만 헬브란스 등 4명은 현재 과테말라에서 수감 중이다. 지난 1월 신자 40여명이 멕시코로 불법 입국해 타파츌라 정글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단속은 이 집단에서 2년 전에 탈출한 전 신자의 신고에 따라 이스라엘과 멕시코 정부의 공조로 이뤄졌다. 신고자인 이스라엘 아미르는 3살 난 아들을 남기고 시설에서 탈출한 뒤 당국에 신고했다.
이후 멕시코 검찰총장 산하 ’조직범죄 특별검사’가 사건을 수사했다. 이번 단속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전직 요원 등 이스라엘 요원 4명과 아미르도 참가했다. 아미르는 아들을 구해낸 뒤 이스라엘로 귀국 중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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