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왕위에 오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다음달 이집트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불참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다음달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불참한다고 버킹엄궁이 밝혔다. 이런 발표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국왕의 당사국총회 참석을 반대했다는 보도 이후에 나왔다.
버킹엄궁 관계자는 2일(현지시각) 당사국총회 참석과 관련해 정부의 조언을 구했고 국왕의 첫 외국 방문으로 당사국총회 참석은 적절하지 않다는 데 두쪽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찰스 3세가 11월6~18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연설할 계획이었으나, 트러스 총리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러스 총리가 지난달 버킹엄궁 접견 때 찰스 3세 국왕의 총회 참석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다만, 두 사람의 만남은 화기애애했고 언쟁은 없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트러스 총리도 당사국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트러스 총리가 이미 약속한 기후변화 목표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런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영국 내각에는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인다는 기존 정부의 목표에 회의적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트러스 총리 본인도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감축 정책에 덜 적극적이라고 통신은 평가했다.
지난달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찰스 3세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해도 다른 방법을 통해 총회에 기여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당사국총회 행사에서 연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 결정에 대해선 영국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토비아스 엘우드 보수당 하원 의원은 국왕의 당사국총회 불참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찰스 3세는 환경, 기후 변화와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목소리”라며 “국왕이 당사국총회에 참석하면 영국 대표단에 권위를 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6차 총회를 개최한 우리가 27차 총회에서는 ‘부드러운 권력’으로 물러나 있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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