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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불붙은 에너지 전쟁에 각국이 각자도생…“승자는 없다”

등록 2022-10-06 17:43수정 2022-10-07 02:31

5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버지니아/EPA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버지니아/EPA 연합뉴스

“이 에너지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까? 아마 누구도 아닐 것이다.”

5일(현지시각)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가 새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하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겨울 유럽의 에너지 대란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은 각자도생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이날 오펙플러스의 감산 폭은 시장의 예상(100만배럴)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고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10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던 2020년 4월 이후 최대 폭의 감산이다. 5일 국제유가(브렌트유 12월 선물)는 오펙플러스의 대규모 감산 소식에 전날보다 1.71% 오른 93.3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부정적인 영향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나온 오펙플러스의 근시안적인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더 어려워지고, 어느덧 한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은 “오펙플러스가 러시아와 발을 맞추고 있다”는 말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유가 안정을 위해 다음달 전략 비축유 1000만배럴을 추가로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벤 케이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번 감산은 시장 상황이 아니라 지정학에 의해 결정됐다”며 “오펙플러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같은 수입국의 노력을 밀어내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 등이 적혀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 등이 적혀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당장은 미국이 사우디와 러시아에 자존심을 구긴 것으로 보이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은 “에너지 전쟁의 승리자는 누구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펙플러스의 감산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과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백악관은 청정에너지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며 “산유국들이 지금 원유 (판매) 수입을 최대화하려고 한다면, 서양은 석유로부터 더 빠르게 멀어지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자국 우선’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유 수출 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출을 제한해 자국 내에서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기업들의 수출 확대가 미국 내에서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4일 “업계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 제한을 강행할 수 있다고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천연가스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셰일가스 채굴 방법인 수압파쇄법(프래킹) 금지 조치를 지난달 해제했다. 미국의 셰일혁명을 이끌었던 수압파쇄법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에너지 수급이 “우선과제”라며 강행 방침을 정했다. 유럽의 에너지 대국인 노르웨이도 올해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전보다 어려워지면서 필요한 경우 전력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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