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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팜유·석탄·니켈 가격 폭등에…‘나홀로’ 잘 나가는 인도네시아

등록 2022-10-18 05:00수정 2022-10-18 10:24

팜유·석탄 가격 상승에 수출 35% 늘어
니켈 산업 육성 통해 ‘전기차 시대’ 대비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화려한 조명
2024년 대선이 장기 성장의 고비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슈퍼마켓에서 한 고객이 식용유를 고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나라의 수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덴파사르/EPA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슈퍼마켓에서 한 고객이 식용유를 고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나라의 수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덴파사르/EPA 연합뉴스

전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등으로 경제 침체로 빠져드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의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가 나 홀로 ‘성공 이야기’를 쓰고 있다. 석탄과 농산물 가격 폭등에 힘입어 수출이 35% 늘고 경제는 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1월15~16일에는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예정돼 있어, 인구 2억7천만명의 대국 인도네시아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국제 무대에서 도드라진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21일 ‘아시아 개발 전망 2022’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의 5.0%에서 5.4%로 상향 조정했다. 동남아시아 11개국 가운데 4월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오른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6.0%에서 6.5%로)뿐이다. 아시아개발은행은 “탄탄한 소비 증가세가 정부의 지출 감소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고, 인도네시아가 수출하는 원자재의 국제 수요도 강력해 성장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고 상향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아개발은행 인도네시아 담당 책임자 도미나가 지로는 “인도네시아 경제는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코 위도도(약칭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아시아개발은행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달 29일 3분기 성장률이 최대 6%까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런 전망은 2분기 성장률(5.44%)보다 최대 0.56%포인트 높은 수치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또 자국 통화인 루피아의 달러 대비 가치가 올해 초와 비교해 7% 정도 떨어졌다며 이는 다른 통화들에 비해 아주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는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 여파로 크게 떨어졌다. 9월 말 기준으로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25.7%, 한국 원화는 17.5%, 대만 달러는 12.9%, 타이 밧은 12.2%, 말레이시아 링깃은 10.2% 하락했다. 주가도 견조한 모습을 보여 인도네시아 주가지수(IDX)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6.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에스앤피(S&P) 500 지수가 23.6% 하락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인도네시아의 성공은 예상하지 못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2013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떠오르는 신흥 개도국 가운데 미국 금리가 오를 경우 가장 취약한 5개국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를 꼽았었다”며 “최근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는데도 인도네시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팜유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가격도 계속 뛰고 있다. 수마트라섬의 석탄 광산. 무아라에님/EPA 연합뉴스
팜유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가격도 계속 뛰고 있다. 수마트라섬의 석탄 광산. 무아라에님/EPA 연합뉴스

 석탄·팜유 가격 상승에 수출 증가

인도네시아 경제의 성장세는 무엇보다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 덕분이다. 2020년 이 나라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했던 팜유의 가격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2019년 1월의 팜유 가격을 100으로 할 때 2021년 1월에는 180이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위기가 고조된 지난 3월에는 318까지 치솟았다.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전세계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식물성 기름이다.

또 다른 수출 효자 상품은 인도네시아가 전세계 수출량의 31%를 차지하는 석탄이다. 석탄 가격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맞으면서 계속 치솟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 기준 가격(HBA)은 지난해 7월 톤당 100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 10월 초에는 330.9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외 가격 동향을 종합해 결정되는 이 가격은 석탄 관련 제품 가격과 생산자들의 광산 사용료를 결정하는 기준치다.

인도네시아 석탄을 확보하려는 국제 경쟁도 뜨겁다. 지난달 20일 발리섬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석탄업계 행사 ‘콜트랜스’에는 1200여명이 모였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 행사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석탄 수입 업체들이 대거 몰려 올겨울 석탄 확보 경쟁을 벌였다. 이 덕분에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8월까지 총 수출액은 194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많았다. 같은 기간 수입은 29.8% 늘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니켈 가공을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 기업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건설한 니켈철 제련소. 모로왈리우타라/신화 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니켈 가공을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 기업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건설한 니켈철 제련소. 모로왈리우타라/신화 연합뉴스

 전기차 시대에 대비

인도네시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자재 단순 수출에서 가공 수출로 경제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인 니켈 수출 정책이 이런 움직임을 대변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내 니켈 산업 육성을 위해 2020년 1월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매장량의 30%에 이르는 니켈 자원을 활용해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이 조처로 외국 배터리 업체의 투자를 끌어내는 성과도 올렸다.

한국의 엘지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는 수도 자카르타 인근에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의 대형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도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이후 니켈 주산지인 술라웨시섬에 건설 중인 모로왈리 산업단지에 대한 투자가 3배 늘었다고 전했다.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 담당 장관은 “인도네시아 경제는 탈바꿈하고 있다. 더는 원자재에 의존하지 않고 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도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5년 전 11억달러에 그쳤던 니켈 관련 수출액이 지난해 209억달러로 늘었다”며 앞으로 보크사이트와 구리에도 같은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과 정치 안정을 이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과 정치 안정을 이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미래는 결국 정치에 달려

인도네시아가 높은 성장을 이룩한 데는 정치 안정이 밑바탕이 됐다. 또 향후 경제 성장 또한 정치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군 출신자가 아닌 첫 민간인 대통령에 오른 데 이어 2019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경쟁자들을 장관 등으로 발탁하는 타협을 통해 정국을 안정시켰다. 2019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맞섰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 후보를 국방장관으로 기용한 것이 대표 사례다. 조지 요 전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이것이 자바(인도네시아의 중심 섬)식 민주주의”라며 “선거 때는 필사적으로 싸우지만 선거 뒤에는 연정을 구성해 각자 지분을 확보하는 타협 덕분에 정치가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정치와 경제가 안정되면서 조코위 대통령은 6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 대선이 2024년 2월14일로 1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헌법상 조코위 대통령은 3선에 도전할 수 없다. 후임자로 염두에 두는 이는 간자르 프라노워 중앙자와주 주지사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 흐름으로 봐서는 프라노워 주지사가 주요 정당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헌법을 개정해 조코위 대통령의 3선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은 지난 8월 <블룸버그 티브이> 인터뷰에서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그동안 밝혀왔다. 다시 말하지만 헌법에 따를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런 주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할 내년의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물가를 지난해 대비 5%대 수준의 상승률로 억제할 수 있었으나 연말에는 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도 내년 성장률을 기존의 5.2%에서 5%로 낮췄다. 이를 의식하듯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많은 국제 분석가들은 내년 상황이 올해보다 나쁠 것으로 본다.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컨설팅 업체 ‘레포르마시 정보 서비스’의 케빈 오로크 분석가는 “문제는 정치이며 다음번 대선이 인도네시아의 장기 전망을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가 악화하는 국제 여건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고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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