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크리스테르손 온건당 대표가 17일 스웨덴 의회에서 새 총리로 선출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을 승리로 이끈 울프 크리스테르손 온건당 대표가 새 총리로 선출됐다. 총선 때 제2당으로 올라선 극우정당 ‘스웨덴민주당’은 연정에서 제외됐다.
17일 스웨덴 의회는 크리스테르손 온건당 대표가 이날 열린 인준 투표에서 찬성 176표 대 반대 173표 세 표 차이로 새 총리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도 좌파연합의 막달레나 안데르손 사회민주당 대표에게 총리직을 이어받아 1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지난달 11일 총선에서 우파연합(온건당·스웨덴민주당·기독민주당·자유당)은 중도 좌파연합(사회민주당·좌파당·녹색당·중도당)에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그는 의회 표결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회에서 받은 신뢰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과제들을 생각하면 겸손해진다”고 소감을 말했다. 올해 59살인 그는 2014년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뒤 2017년 온건당 대표가 됐다.
그는 앞서 지난 14일 앞으로 꾸려질 새 내각은 우파연합 중 기독민주당과 자유당과 함께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민주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사회민주당(107석)에 이어 73석을 차지해 제2당으로 도약했지만 연정에서 제외했다. 스웨덴민주당은 1988년 나치즘에 기반을 두고 설립된 극우정당으로 내각에 합류시키기에는 부담이 갔기 떄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가 이끄는 연정은 온건당 68석, 기독민주당 19석, 자유당 16석으로 의회 총 349석 중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103석만으로 출범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스웨덴민주당과 면밀히 정책적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스웨덴민주당은 의회에서 위원회 4곳의 의장직을 얻으며,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상태다. 우파연합은 스웨덴민주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민 축소, 범죄조직에 연루된 외국인 추방 등에 공조할 것을 약속했다.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새 정부가 “‘질서, 이성, 상식’으로 구성될 이민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
이민 정책, 형사 정책 외에도 새 내각은 스웨덴민주당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뜻을 같이 했다. 지난 14일 크리스테르손 대표는 스웨덴 전력 수요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안데르손 정부 때 결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세금 감면 등을 약속했다.
한편, 좌파연합에 속한 야당들은 새 내각이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에 여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줬다고 비난했다. 이란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좌파당 대표 누시 다고스타는 이날 의회에서 “지금 스웨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무섭다”며 “내 부모라면 스웨덴이 권위주의적인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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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연합을 이끄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온건당 대표가 17일 스웨덴 의회에서 새 총리로 선출됐다. 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