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폭발로 파괴된 발트해 해저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고 있다. 보른홀름섬/덴마크 방위사령부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8일(현지시각) 가스 선물시장에 한해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이날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티티에프(TTF) 선물 가격에 일시적으로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는 방안을 내놨다. 위원회는 이 방안이 ‘마지막 대책’이라며 가스 수요 증가를 부를 만큼 낮은 가격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것 등을 상한제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가스 거래소는 내년 1월31일부터 다음달 인도분 가스 선물 가격에 상한과 하한을 둬,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아야 한다.
이런 방안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자 여러 회원국이 도매 가격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빚어지자 타협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프랑스 등 15개 회원국은 도매 가격 전반에 상한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했으나,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상한제를 도입하면 가스 수출국들이 공급을 꺼려 가스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반대해왔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또 2023년 11월까지 회원국의 가스 저장량을 최대 용량의 90%까지 높이는 데 필요한 물량의 15%를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구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집행위는 아직 집행하지 않은 예산 중 400억유로(약 56조원)를 에너지 위기에 취약한 가정과 기업에 지원하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은 20∼21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집행위가 내놓은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6일과 27일 잇따라 파괴된 발트해 해저의 노르트스트림1, 2 가스관을 조사하고 있는 덴마크 경찰은 이날 가스관이 강력한 폭발로 파괴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웨덴 쪽 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스웨덴 일간 <엑스프레센>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파괴된 부분에서 약 50m 정도의 관이 사라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조속한 재가동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2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가동이 어려워지자, 흑해 해저를 통과하는 튀르키예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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