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해 백지수표를 쓰지않겠다며 지원 제한을 밝힌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 AP 연합뉴스
내달 8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해온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우려에 불을 붙인 것은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였다. 그는 지난 18일 <펀치볼뉴스>와 회견에서 “사람들이 경기침체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게 (더 이상) 백지수표를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현재 나오는 중간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것으로 나온다. 이 경우 매카시 대표는 차기 하원의장이 될 수 있다.
물론 공화당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강경파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해외전쟁 개입에 회의적 입장을 가진 고립주의 성향의 의원이 민주당에 비해 많은 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추진해온 지원 방침에 대한 수정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릭 에덜먼 ‘전략예산평가센터’ 자문관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공화당 내에서 더 고립주의적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반대 쪽으로 중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원이) 더 어려워 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양당 간의 이견은 이미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지난 5월11일에 의결된 40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대해 공화당 상원의원 11명, 하원의원 57명이 반대했다. 보수적인 공화당 하원의원 모임인 공화당연구위원회(RSC)도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 상당수가 ‘인도주의 지원’이라며 지난달 처리된 임시 자금 지원 법안에 첨부된 122억달러(약 17조4천억원) 규모의 지원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마이클 맥콜 하원 외교위의 공화당 간사는 최근 <블룸버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노력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반자들이 행동에 나서 비용 부담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선거의 결과와 상관없이 바이든 행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 정책을 손볼 수밖에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지금은 중간선거를 의식해 우크라이나를 무조건 지지하고 있으나, 선거 뒤에는 전쟁의 장기화를 막는 쪽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지원 축소 목소리에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집권여당 대표인 다비드 아라하미아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솔직히, 매카시 대표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몇주 전에 우리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그와 만났을 때 우리는 그들이 선거에 이겨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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