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외교정책’ 폐기를 선언한 스웨덴의 토비아스 빌스트롬 신임 외교장관이 18일(현지시각) 의회 앞을 지나고 있다.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스웨덴 우파 연립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기존 외교 정책의 상징과 같던 ‘페미니스트(여성주의) 외교정책’ 폐기에 나섰다. 이런 결정은 극우 성향 ‘스웨덴민주당’의 지지가 없이는 국정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왔다.
토비아스 빌스트롬 스웨덴 신임 외교장관은 18일(현지시각) “우리는 앞으로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그는 “딱지를 붙이게 되면 사안의 실질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빌스트롬 장관은 다만 “성 평등은 스웨덴에서 기본 가치이며 이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 이후 스웨덴 외교부 누리집에 있던 관련 간행물들이 삭제되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은 2014년 중도좌파 연정 소속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교장관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이 정책은 여성의 경제 활동 및 정치 참여 확대와 성폭력 대응 등을 국제 사회에서 주창하는 걸 핵심으로 삼았다. 이 정책의 열쇳말은 ‘권리, 대표성, 자원’ 등 이른바 ‘3아르(R)’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서 동유럽의 몰도바와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남미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이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맺은 평화협정에도 성평등이 반영하도록 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발스트룀 당시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을 비판했다가 반발을 사는 등 중동 국가들과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빌스트롬 장관의 페미니스트 외교정책 폐기 발언 이후 파울리나 브란드베리 신임 성평등부 장관은 자신이 장관으로 있는 한 정부 정책이 성평등적인 성격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웨덴 정부의 페미니스트 외교정책 폐기는 17일 공식 출범한 연립정부가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극우 성향인 스웨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나왔다. 온건당, 기독민주당, 자유당으로 구성된 연정은 과반 의석(175석)에 한참 못미치는 103석을 차지하고 있어, 73석을 보유한 스웨덴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한편,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26살 여성인 로미나 포우르모흐타리를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부모가 이란 출신 이주민인 포우르모흐타리 신임 장관은 스웨덴 최연소 장관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새 정부는 환경부를 에너지경제산업부의 일부로 조직을 축소해 비판을 받고 있다. 녹색당의 페르 볼룬드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이번 조처는 정부가 환경과 기후를 얼마나 경시하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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