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의 한 슈퍼마켓에서 손님이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덮친 가운데, 미국 일부 식품기업들의 이익 증가 폭이 가격 인상 폭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를 틈타 원가보다 가격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 극대화에 나선 셈이다.
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주요 식품기업들의 최근 이익 증가 폭이 앞서 이뤄진 가격 상승 폭보다 더 크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음식 기업 치폴레는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 가격을 올렸고, 4분기에는 15%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치폴레의 3분기에 가격을 13% 올렸지만, 이익은 약 26%나 증가했다. 치폴레의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인상에 대해 “최소한의 저항”만 보였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펩시는 3분기 제품 가격을 17% 올린 것에 비해 3분기 순이익은 20% 넘게 올랐다. 코카콜라 역시 가격 인상에 힘입어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기업이 그들의 마진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해도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가격을 높여도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가 크게 꺾이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적극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식품 기업들이 인플레 상황을 핑계로 과도하게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 ‘어카운터블 유에스’의 카일 헤리그 대표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과 팬데믹, 공급망 문제를 자신들의 비용을 과장하기 위한 핑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견고하고 기업들이 이를 이익 극대화의 기회로 활용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잡기’는 더 까다로운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식품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소비자로 전가되는지를 보여주는 뚜렷한 예시일 뿐, 다양한 산업에서 이런 트렌드가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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