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을 방문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과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였던 ‘대중국 견제 연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숄츠 총리는 방중에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각) 연방 총리실 누리집에 ‘중국과의 분리를 원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의존할 수 없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입장문에서 5가지 사항을 고려하며 중국 방문에 나선다며 △중국이 지난 5~10년 동안 달라졌고 △세계에 새 블록의 등장을 원치 않으며 △경제적으로 분리하지 않지만 (독일의 중국) 의존성을 낮출 것이고 △대만 해협 평화와 소수자 권리 보호 등이 필요하며 △중국은 파트너이자 경쟁자·라이벌의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주요 7국(G7) 지도자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특히 폴크스바겐, 바스프, 아디다스 등 독일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방문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중국은 6년째 독일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으로 양국의 경제 연관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숄츠 총리는 입장문에서 “냉전 시절 분단을 경험한 독일은 세계에 새로운 블록들이 출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도 반대 세력 간의 새로운 대립을 막겠다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것은 14억 인구와 경제력을 가진 중국이 오랫동안 그래왔듯이 미래의 세계 무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경제 문제에 대해 “변화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경제무역상대로 남는다”며 “우리는 중국과 분리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현명하게 다각화를 해 일방적인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며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와 특정 첨단 기술 같은 분야에서 공급망을 더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어려운 주제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는 시민권과 정치적 자유에 관한 권리와 신장 자치구 소수민족의 권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에 대해 유럽연합(EU)과 다른 주요 회원국들 사이에선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놓고 미국과 유럽의 대중 견제 연대가 흔들린다는 주장이 나온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31일 숄츠 총리를 겨냥해 “유럽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이 경쟁자임을 깨달아야 하고 중국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순진하게 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시진핑 3연임’ 열흘 만에 독일 총리가 중국 가는 이유는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5210.html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