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런던 총리 관저에서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450억파운드(약 72조원)에 달하는 감세안을 내놨다가 금융 시장 대혼란 이후 감세 방침을 철회한 영국이 약 한달 반만에 증세 등으로 600억파운드(약 96조원)의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했다.
영국 <가디언>은 6일(현지시각)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250억파운드의 증세 방안과 350억파운드의 정부 지출 감축 방안을 마련했다며 이런 내용을 7일 중 예산책임처(OBR)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무부가 마련한 예산 확충 방안 초안에는 소득세 조정 계획과 배당세 인하 계획 취소 등의 증세 방안이 포함됐다.
전임 리즈 트러스 총리는 지난 9월23일 450억파운드에 달하는 무모한 감세안을 발표해 금융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한 뒤 지난달 25일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물러나기 전에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헌트 장관은 지난달 17일 기존에 발표했던 감세안을 철회했고, 이날 새 재정 확충 방안 초안을 마련했다. 재무부 소식통들은 일부 막판 조정이 있더라도 최종적인 재정 확충 규모는 500억~600억파운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규모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지난주 예상했던 규모보다 큰 것이다.
신문은 연 5만270파운드(약 8027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에 대한 연금 저축 관련 세금 감면 규모가 조정되고 부동산 소유자와 기업들의 자본 이득세 관련 규정도 개편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본 이득에 대해 소득세와 같은 세율을 적용할 경우 세수가 수십억파운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해 재무장관 시절 이런 방안을 거부한 바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수낵 총리와 헌트 장관은 과세 최저한도를 2028년까지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조처에 따른 추가 과세분이 한해 50억파운드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고물가 시대에 대응해 노령층 등에 대한 연금 지급 액수를 늘릴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잉글랜드은행은 지난 3일 9월 소비자 물가가 한해 전보다 10.1% 오른 데 이어 4분기에는 1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에 맞춰 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문제가 최근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