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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FIFA “무지개 완장 차면 옐로카드”…유럽 대표팀, 착용 포기

등록 2022-11-22 09:05수정 2022-11-22 22:28

사람들이 21일 독일 헤르네 슐로스 슈트륀케데 경기장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쳐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람들이 21일 독일 헤르네 슐로스 슈트륀케데 경기장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쳐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의 7개 축구대표팀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뜻하는 ‘무지개 완장’을 이번 카타르 월드컵 대회에서 차지 않기로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재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스위스·웨일스 등 7개 팀은 21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내어 “복장·장비 규정 위반에 적용되는 벌금을 낼 준비가 돼 있었지만 선수들이 옐로카드를 받거나 경기장을 강제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또 “국제축구연맹의 전례없는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며 다른 방식으로 포용의 뜻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을 앞두고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인권 침해를 둘러싸고 호된 비판을 받았다. 동성애의 경우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7년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대사는 대놓고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말해, 인권단체로부터 혐오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 유럽 7개 팀의 주장이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번 대회에서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하나의 사랑) 완장을 팔뚝에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원 러브’ 캠페인은 네덜란드가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 앞서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한다는 뜻으로 시작했다.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첫 경기 몇 시간 전 국제축구연맹에서 ‘무지개 완장을 차고 출장하면 옐로카드를 받을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함께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원 러브’ 메시지를 지지하고 그것을 계속 퍼뜨리겠지만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주장이 옐로카드를 받고 경기에 출장하도록 둘 순 없었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은 무지개 완장을 제재하는 근거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조처는 선수의 옷이나 장비가 “위험하고 모욕적이고 외설적”이라고 판단되거나 “정치적 종교적 또는 개인적 슬로건”을 포함하고 있으면 제재할 수 있다는 연맹 규정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1(현지시각) 카타르월드컵 이란과의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의 ‘차별 반대’ 완장을 팔뚝에 차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1(현지시각) 카타르월드컵 이란과의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의 ‘차별 반대’ 완장을 팔뚝에 차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무지개 완장 착용을 금지한 국제축구연맹은 21일 성명을 내어 애초 8강전부터 실시하겠다던 연맹 자체의 “차별 반대” 캠페인을 앞당겨 실시하겠다며 32개 출전팀 주장 모두가 모든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이 제공하는 차별반대 완장을 팔뚝에 찰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은 이런 조치가 “각 팀의 주장은 국제축구연맹이 제공하는 완장을 차야 한다는 연맹의 장비규정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축구연맹은 축구가 훌륭하고 적법한 취지를 지지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을 원하는 포용적 조직이지만, 이는 모두가 아는 경쟁규칙의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국과 웨일스 축구팬들로 구성된 ‘축구서포터스협회’(FSA)는 성명을 내어 “국제축구연맹이 선수들에게 옐로카드를 주고 관용에 레드카드를 주어 스스로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 것에 대해 깊은 환멸을 느낀다”고 반발했다. 과거 영국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앨런 시어러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국제축구연맹의 결정의 시점과 관련해 선수들에게 공정하지 않았다며 어떻든 자신이라면 무지개 완장을 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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