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가 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상박물관에서 자신의 서명이 적힌 의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82)가 “노벨상은 남성을 위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에르노는 6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상박물관에서 진행된 <아에프페>(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노벨상을 이젠 현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 스웨덴을 방문한 에르노는 스웨덴한림원에서 1901년부터 수여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119명 가운데 17번째 여성 작가이다. 에르노는 “노벨상은 전통을 향한 열망을 나타내는데, 전통에 얽매이는 것은 아마도 더 남성적이며, 전통에의 집착은 서로 권력을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에르노는 자신이 받은 노벨문학상을 “인종차별을 비롯한 불평등의 모든 형태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 인정받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모두에게 바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르노는 소설과 자서전을 혼합한 형식으로 20여권의 책을 썼다. 1940년대 이후 노동자계급 여성의 삶을 조망한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성별과 계급으로 분열된 프랑스 사회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한림원은 지난 10월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구속을 발견한 용기와 예리함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별도로 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프랑스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다. 언어는 거의 항상 남성들에 의해 독점돼왔다”면서 “글을 쓰는 여성에 대한 일종의 불신이 있고, 그것은 특정 보수 지식인층 안에서 내게 불리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내 책을 구매해 나를 지지해줬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페미니즘 활동가이기도 한 에르노는 여성과 남성이 완전히 평등해지려면 남성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 자신의 몸, 생활과 행동 방식, 무엇이 동기를 부여하는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여성에게 진정한 해방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오랫동안 받아들여진 상황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참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트 노벨(1833∼1896)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그는 “노벨상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상으로 인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면서 노년을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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