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 거리의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이 경계를 서고 있다. 잘랄라바드/AFP 연합뉴스
유엔이 지난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정권이 유엔에 대표를 파견하겠다는 요청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며 사실상 거절 입장을 취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역시 참여가 저지됐다.
14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자격심사위원회는 미얀마 군정이 주유엔 자국 대사를 보내겠다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을 인용해 최근 열린 회의에서 미얀마 군정 요청에 따른 조치가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정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으려는 노력 중 하나가 막힌 셈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2월 앞선 총선에서 참패하자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현재 주유엔 미얀마 대표는 쿠데타 이전에 임명된 캬우 모 툰이다. 그는 2021년 4월 출범한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영국의 시민단체 ‘미얀마책임프로젝트’의 크리스 거네스 이사는 유엔의 결정을 환영하며 “불법적인 쿠데타 지도자들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얻으려고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 결정은 외교적으로 중요하고 상징적”이라며 군정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은 미얀마 국민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의 폭력을 저질러 왔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날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주유엔 아프간 대표를 보내겠다는 요구에 대한 결정도 함께 연기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하고 최근엔 공개처형을 시행하는 등 공포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탈레반 집권 전에 임명된 주유엔 아프간 대사는 지난해 12월 탈레반이 그를 교체하려고 시도한 이후 사임했다. 이후 주유엔 아프간 대사는 대리 체제로 운영 중이다.
유엔 자격심사위원회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9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에도 유엔에 새 대표를 보내겠다는 미얀마 군정과 아프간 탈레반의 요구를 거절했었다. <로이터> 통신은 위원회가 이 문제를 9개월 이내에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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