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도시 몬테레이 파크에서 음력 설 행사 기간 총기난사가 발생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몬터레이 파크에서 음력 설날을 기념하는 행사 중 총기난사가 벌어져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 대다수는 중국계 미국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에이피>(AP) 통신, <로스앤젤레스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캘리포니아 남부의 작은 도시 몬테레이 파크에 위치한 댄스교습소 ‘스타 댄스’에서 한 남성이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음력 설을 맞아 진행된 아시아계 주민들의 설 축하 행사에서 총기를 소지한 남성이 난입해 주민들을 향해 총을 쏜 뒤 달아났다. 로버트 루나 치안 담당관은 “여성 5명과 남성 5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몇 시간 뒤 용의자는 이날 범행 현장에서 자동차로 40여분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의 한 쇼핑몰 야외 주차장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경찰은 이날 안경을 쓰고 검은 모자를 쓴 용의자 사진이 담긴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공개하며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가 30살에서 50살 사이의 중년 남성이며 이름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루나 담당관은 “가능한 빨리 (총기를 소지한)용의자가 거리를 활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빠른 검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범행 동기는 조사 중에 있으며, 다만 이번 사건이 인종적 동기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설날 기념 행사들을 주시하며 인근 도시에도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 받았으며 연방수사국(FBI)에 현지 경찰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진. 로버트 루나 LA 치안담당관 트위터 갈무리
이번 총기 사건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가 있는 몬테레이 파크에서 열린 이번 설 행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라고 알려진다. 사건 발생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윈 리아우(57)는 새해를 축하하는 행사에서 이같은 범죄가 발생한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피>에 “중국인들은 중국의 새해를 매우, 매우 특별하게 생각한다. 한 해 내내 불운을 가져올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끔찍하다고 전했다. 이날 주민들은 총성을 듣고 불꽃놀이를 하는 줄 알았다가 총기난사 사건을 전해듣고 극심한 충격에 빠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체스터 총 로스앤젤레스(LA) 중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약 6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몬테레이 파크에서 중국인들은 모두 서로를 알고 돕는다며 평화롭고 조용한 도시였다고 전했다. 그는 “어제부터 많은 전화가 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이 증오 범죄라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약 11km 떨어진 몬테레이 파크는 수십 년 동안 중국에서 온 이민자들로 붐비는 중국인 타운이 있다. 미국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주민의 약 65%가 아시아인이고, 많은 중국 음식점과 식료품점이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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