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페루 리마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안데스 산맥 지역의 원주민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7일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지자들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페루에서 디나 볼루아르테 새 대통령이 “전 국가적으로 휴전하자”며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24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날 리마 대통령궁에서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적 휴전”을 제안했다. 그는 “적대 행위를 일시 중단하자. 사랑하는 조국에 지역 의제 설정과 모든 지역 발전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대화·평화·통합을 요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시위가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0일 가까이 이어진 시위로 도로·공항 등 국가 기반시설이 봉쇄되고 인프라가 손상돼 국가적 피해가 크다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나는 권력을 유지할 생각이 없다. (2024년 4월 예정된) 총선 이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7일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그의 지지자들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사퇴와 의회 해산, 민주적 선거 등을 요구하며 두달 째 전국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 시위는 빈농 출신인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과 원주민들이 중심이 된 탓에 도시와 농촌 간의 대립축이 형성돼 있다. 안데스 산맥 인근의 가난한 지역에서 수천명의 원주민이 전통 의상을 입고 수도 리마에 몰려와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24일 페루 리마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맞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편, 페루 헌법 기관인 ‘페루 옴부즈맨 사무소’는 지난달 7일 이후 시위로 24일 현재까지 전국에서 5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위가 길어지며 9일 하루에만 17명이 숨지는 등 희생자가 늘고 있다. 페루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시위 중 사망자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시위가 길어지며 사상자가 속출하지만,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주 부문 부국장인 세자르 무노즈는 <에이피>(AP) 통신에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했지만 훨씬 강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국제적 관심은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시위 대부분이 평화적이었으나 정부가 강경 진압하며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페루 정부는 리마, 쿠스코, 푸노, 카야오 등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4개 지역에 30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지난달에 이어 추가 선포한 상태다.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도 지난 21일 방문객 안전을 위해 폐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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