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고 있다. 야운데/신화 연합뉴스
3년가량 이어진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아프리카의 교육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10살 어린이 가운데 89%가 간단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 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때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전체의 29%에 불과하고, 청소년 인구 가운데 29%는 학교에 다니거나 직업 훈련도 받지 않은 채 일 없이 놀고 있다. 학령기(3~18살) 인구가 올해 3억2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아프리카 동부·남부의 상황이 특히 열악하다. 기아나 분쟁 등으로 유발된 인도주의 위기와 달리 교육 위기는 여파가 당장 눈에 띄지 않아, 세계의 지원과 관심도 그만큼 덜하다.
세계은행은 최근 누리집에 공개한 아프리카 교육 현황 보고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특히 분쟁 등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들에서는 아동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사회적 장벽이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들이 교육에서 배제되고 대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와 유니세프(유엔 아동기금)의 아프리카 지역 책임자들은 현재 아프리카의 교육 상황을 ‘조용한 위기’로 진단했다. 전쟁이나 기아처럼 피해가 즉각 나타나지 않는 위기 속에서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미래의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의 아프리카 동부 지역 책임자인 휘버르트 헤이전과 유니세프의 아프리카 남부 지역 책임자 모하메드 팔은 지난달 24일 ‘국제 교육의 날’을 맞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교육받길 기다리는 수많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며 “아프리카 동부·남부에서만 4100만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아프리카의 교육 시스템이 전반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 부족으로 열악한 교실, 저임금에 시달리고 자질도 부족한 교사, 과밀 학급, 낡은 교과과정 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학생들이 잠재력을 충분히 키울 기회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의 교육 상황은 그동안에도 다른 대륙보다 훨씬 열악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그나마 조금씩 개선되던 상황을 다시 과거로 되돌려놓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40주 이상 문을 닫은 나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9개국에 이른다. 우간다는 83주 동안 학교가 폐쇄돼 세계에서 가장 학업 차질이 컸던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에티오피아(62주), 남아프리카공화국(60주), 남수단(54주), 모잠비크(53주), 르완다(51주)도 학교 폐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나라들이다.
이런 학업 차질 여파는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졸업 연령인 10살이 되어도 간단한 문장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 빈곤층’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 유네스코 등 6개 국제기구가 지난해 6월 내놓은 전세계 ‘학습 빈곤’ 현황 보고서를 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0살 어린이 중 학습 빈곤층은 2022년 89%로 추산됐다. 2015년 87%에서 4년 만에 86%로 1%포인트 떨어졌던 학습 빈곤층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제 위기와 학교 폐쇄 등으로 다시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학습 빈곤층은 다른 대륙의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가난한 나라들의 학습 빈곤층은 전체 어린이의 79%, 남아시아는 78%,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70% 수준이다. 세계 저소득·중간소득 국가 평균은 70%로 추산됐다. 반면, 동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중앙아시아 지역 가난한 나라들의 경우는 각각 45%, 14% 수준으로, 다른 대륙보다 월등히 양호하다.
보고서는 “학습 빈곤층 학생들이 최소 학력 기준에 얼마나 미달하는지를 보여주는 ‘학습 빈곤 격차’와 학습 빈곤층 내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학습 빈곤 심각성’에서도 아프리카의 상황이 가장 나쁘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학생들은 최소 학력 기준에 평균 27.8% 미달해, 세계 평균(17.6%)을 한참 밑돌았다. 이런 교육 차질에 따라 아프리카 학생들이 사회생활 이후 손해를 볼 소득은 1인당 연간 382달러(약 48만7천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850달러의 20%에 이르는 액수다.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초등 교육 과정부터 뒤처지는 통에, 중등 교육이나 직업 훈련 등에도 연쇄적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적정한 연령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전체 학생의 29%에 불과하다”며 “이 지역에서 학교 밖을 떠도는 청소년은 9700만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금지됐던 축구를 하고 있다. 키갈리/AP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경제 위기까지 나타나고 있음에도, 다행히 일부 국가에선 교육 여건 개선 노력이 성과를 보고 있다. 르완다는 최근 2년 동안 교실 2만2500개를 추가로 확보해, 아프리카 내 교육 여건 개선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세계은행이 전했다. 교육 시설 확장 덕분에 5~14살 학생 6만8천명이 2㎞ 이내에 있는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고, 초등학교 학급당 인원수도 73명에서 49명까지 줄었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 인근 도시 카라마에 있는 카라마초등학교의 알로티아 무칸트왈리 교장은 “그동안은 학생들이 먼 거리를 통학하느라 학교에 도착하면 지쳐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었다”며 “학교 신설 덕분에 이제는 교육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도 8억달러의 국제 원조 덕분에 교육 시설을 확충해 2021~22년 사이에 230만명의 어린이가 새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고, 교사도 5만8천명 새로 충원했다. 이 나라 수도 킨샤사에 사는 학부모 에스테르 리탐바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왔는데 이제는 무료로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소득 중 집세와 식비 등 생활비로 쓰고 남는 일부를 저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케냐와 짐바브웨에서는 생리 기간에 학교에 나오지 않던 여학생들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세계은행은 전했다. 유네스코 등의 추정치를 보면, 아프리카 여학생 열명 중 한명은 생리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용품을 제공하는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짐바브웨 부헤라 지역의 중학생 루스 음보워는 “생리대를 받기 전에는 교복에 생리혈 자국이 보일까 두려워 학교를 빠지곤 했다”며 “천 생리대 세탁에 필요한 비누를 살 돈을 위해 일을 하느라 학교를 빠질 일도 없어졌다”고 좋아했다. 전세계에서 남녀 불평등이 네번째로 심한 나라인 소말리아에서는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2만7천여명의 여성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부룬디에서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필요한 인력 1천명을 양성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연구소’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전반의 교육 상황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유네스코과 유니세프의 아프리카 담당 책임자들인 휘버르트 헤이전과 모하메드 팔은 “유엔이 교육 개선을 위해 제시한 6대 행동 계획을 공식 수용한 아프리카 국가는 4개국에 불과하다”며 교육 개선을 위한 각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은 국가 예산의 20%를 교육에 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프리카의 평균 교육 예산은 전체 예산의 16% 수준이다. 두 사람은 오는 18~19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릴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교육 예산 20% 확보’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한 세대 전체의 교육을 실패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학업 저성취, 실업, 사회·경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