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30분 전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 동 트기 전 등교하는 인도네시아 쿠팡시의 한 고교생. AFP 영상 갈무리
인도네시아 한 도시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새벽 5시30분에 수업을 시작하는 정책 실험을 시작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15일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소순다열도 동누사뜽가라주 도시 쿠팡에서 10개 학교가 고교생에 해당하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5시30분까지 등교하게 하는 실험적 정책을 도입했다. 인도네시아의 학교들은 일반적으로 오전 7~8시 사이에 시작하지만, 이보다 1시간30분에서 2시간30분 가량 등교를 앞당긴 것이다. 이에 따라,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은 학교에 정시에 도착하기 위해 매일 동이 트기 전 잠이 덜깬 상태로 어둑어둑한 등굣길을 걷거나 오토바이 택시에 몸을 싣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달 빅토르 라이스코닷 주지사가 발표한 것으로, 학생들이 하루를 더 일찍 시작하도록 훈련하기 위한 의도라고 인도네시아 당국은 밝혔다.
<아에프페> 통신이 기사와 함께 보도한 영상을 보면, 5시30분에 등교한 학생들은 동이 트지 않은 학교 운동장에서 체조를 하거나 전등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교실에 모여있기도 했다.
새벽 5시30분 등교해 어두운 운동장에서 교사 지침에 따르고 있는 학생들. AFP 영상 갈무리
졸린 학생들을 새벽 수업으로 내모는 정책으로 인해 이 지역 학부모들은 분노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완전히 탈진한 상태가 돼 귀가한다고 호소했다. 16살 학생의 어머니 람부 아타는 <아에프페> 통신에 “아이들은 동 트기 전 집을 나서야만 하는데, 캄캄한 등굣길은 자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극도로 힘들다. 이 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른 등교로 그의 딸 유레카는 새벽 4시에 기상해 나갈 채비를 마치고 학교로 가는 오토바이 택시에 몸을 싣고 있다.
교사들 또한 이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한 고교 교장은 통신 영상에 출연해 “이 정책으로 교사들도 3교대를 해야 한다”며 “교사들도 이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 마셀 로봇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과 이 정책은 상관관계가 없다”면서 “학생들은 단 몇 시간밖에 자지 못할 것이며 이는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수면 부족이 지속될 경우 스트레스 유발로 문제 행동이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경고 했다. 주정부가 이 실험적인 정책을 실시하려면 연구에 기반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 소아과 학회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를 위해 중고교 수업은 오전 8시30분 이후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매체 <콤파스> 보도에 따르면, 행정서비스 민원창구 ‘인도네시아 옴부즈만’은 지난 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정책 실험에 중앙 정부가 개입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는 이 정책에 대한 검토 의견을 냈다. 동누가뜽가라주 지방의원들도 쿠팡시의 정책 변경을 요구하며 주정부가 근거없는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많은 비판에도 주정부는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다른 교육기관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