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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 사태 장기화는 레이건 쪽의 공작

등록 2023-03-19 10:41수정 2023-03-19 11:32

“대선 뒤 인질 석방하면 레이건이 더 좋은 조건 줄 것”
코널리 전 텍사스 지사가 중동 국가 순방하며 공작
존 코널리(가운데)와 벤 반스가 1980년 7월 이집트에서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코널리 일행은 당시 중동 국가를 순방해 지도자들을 만나서 당시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들을 대선 뒤로 석방하면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벤 반스 소장 자료 사진/<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존 코널리(가운데)와 벤 반스가 1980년 7월 이집트에서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코널리 일행은 당시 중동 국가를 순방해 지도자들을 만나서 당시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들을 대선 뒤로 석방하면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벤 반스 소장 자료 사진/<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980년 대선 때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인질 사태 장기화를 꾀했다는 음모설이 사실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레이건 공화당 후보 팀이 현직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고, 인질 석방을 대선 뒤로 미루도록 이란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8일 1980년 존 코널리 2세 전 텍사스 주지사가 중동 국가를 순방하면서 지역 지도자들에게 인질 석방을 미국 대통령 선거일 뒤로 미루면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코널리 2세를 수행했던 벤 반스 전 텍사스 부지사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코널리 일행은 귀국 직후 공항 라운지에서 윌리엄 케이시 당시 레이건 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순방 결과를 보고했다고도 반스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코널리 일행은 1980년 7월18일 휴스턴을 떠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스라엘 등을 한 달 가량 순방했다. 반스는 코널리2세가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 등에게 인질 석방을 미국 대선 뒤로 미루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코널리는 “이것 봐요,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고, 카터보다는 레이건과 더 좋은 협상을 할 것임을 이란에 전달해줄 필요가 당신들에게 있다”고 말했다고 반스는 회고했다. 그 해 8월11일 귀국한 코널리는 9월 초 댈러스 지방공항의 아메리칸항공사 라운지에서 3시간 동안 윌리엄 케이시와 만나 순방 결과를 보고했다고 반스는 말했다.

린든 존슨(민주당)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코널리는 1976년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카터에게 패배한 뒤 공화당으로 옮겼다. 반스는 코널리가 이런 공작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코널리는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을 노렸다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명확했다”고 말했다. 코널리는 레이건 당선 뒤 에너지장관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반스는 43년이 지나 이런 사실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 “이런 것이 일어났던 것을 역사는 알 필요가 있다”며 “너무 중요하고, 카터 대통령이 이제 생의 끝에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에 더욱 걸린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제 풀어놓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임종을 기다리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 뒤인 1979년 11월4일 일어난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는 카터 대통령의 퇴임날인 1981년 1월20일까지 444일 동안 계속됐다. 카터 행정부는 당시 이 사건을 무력으로 해결하려고 특공대를 파견하기도 했으나 작전이 실패해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했다.

레이건 쪽이 인질 석방을 지연시키는 공작을 폈다는 주장은 카터 쪽 등에서 제기돼 의회에서도 조사했으나, 입증되지 못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 분야 보좌관이었던 게리 식은 지난 1991년 펴낸 <10월의 놀라움>에서 레이건 쪽이 공작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레이건 쪽은 카터 진영이 선거 직전에 인질을 석방하도록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10월의 놀라움’이라고 불렀다. 레이건 팀 선대위원장인 케이시는 이를 막으려고 1980년 7~8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란 대표들과 만나 협상해, 10월에 파리에서 타결지었다는 것이다. 레이건 쪽은 이란이 선거 뒤로 인질 석방을 늦춰주면, 레이건 차기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통해서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자, 미국 의회 상하원은 합동 조사를 통해서 케이시가 당시 마드리드에 있지 않았다는 것 등을 들어서 이 주장의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케이시가 당시 마드리드에 체류했다는 1991년 11월 백악관 보고가 나중에 밝혀져, 의회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레이건 행정부의 이란 무기 지원은 1980년 중반에 이미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밝혀진 바 있다. 레이건 행정부가 니카라과 사회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려고 이란에 판매한 무기의 대금을 전용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반스는 코널리가 당시 중동순방에 자신을 초대했을 때 그 목적을 몰랐는데, 순방 때 만난 첫 중동 지도자인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당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비로소 목적을 알았다고 말했다.

반스의 고백에 대해 카터의 공보보좌관이었던 제럴드 래프슌은 <뉴욕 타임스>에 “만약 우리가 인질을 데려올 수 있었다면, 우리가 승리했을 것이라고 나는 정말로 믿는다”며 “정말로 빌어먹을 정도로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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