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에어 포스 원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주요 3개국 젊은이들이 세계 패권 경쟁을 하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회의적이라는 내용의 조사가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1월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3개국 출신 18∼29살 젊은 성인 약 1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22일 밝혔다. 응답자들은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는 행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3개국 유럽 젊은이들은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미국이 세계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세계 경찰’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무대에서 미국은 자국 중심으로 행동하며, 자국이 가진 문제를 고치지 않은 채 다른 나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적하는 위선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자들은 말했다. 각국 응답자들의 이념 성향은 고르게 분포됐다고 조사는 밝혔다.
미국이 해를 끼친 대표적 예로 응답자들은 미국이 탈레반 축출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인 뒤 20년 만인 2021년 갑자기 철군해버린 것을 꼽았다. 프랑스 젊은이 한 명은 미국이 타국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작 자국 인권 문제를 외면한 사례로 지난해 미국 대법원이 임신중지를 합법화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1973년)을 폐기한 사례를 꼽았다. 독일의 한 젊은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을 계기로 미국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중국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 패권을 잡으려 한다고 우려했다. 응답자들은 중국이 홍콩에서 언론 탄압을 벌였고, 남중국해 나라들을 탄압해 영토를 확장하려 한다고 답했다. 우파 성향의 한 영국 응답자는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무슬림 위구르족을 탄압해왔다며 “중국은 상품 측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인권 측면에서는 형편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소아스(SOAS) 중국 연구소 소장 스티브 창은 “유럽 젊은이들은 애초에 권위와 권력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 큰 나라가 다른 국가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은 자국이 미국, 중국과 실용적으로 관계를 계속해나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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